산업 생활

요즘 MZ 뉴요커는 '리셀숍'에서 논다

◆뉴욕 소호 TRR 매장 가보니

美 대표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

'지속가능성' 중요시하는 젊은층

보물찾기 하듯 중고 쇼핑 즐겨

미국 뉴욕의 소호에 위치한 중고 명품 플랫폼 '더리얼리얼의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송주희기자미국 뉴욕의 소호에 위치한 중고 명품 플랫폼 '더리얼리얼의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송주희기자




지난 19일 미국 뉴욕의 대표 쇼핑 거리 소호. 고가 명품 매장들 사이로 ‘중고'를 내세워 고객을 불러 모으는 인기 점포가 하나 있다. 드넓게 펼쳐진 내부에는 마치 새것 같은 의류와 신발, 시계, 잡화가 진열돼 있다. 가격표에 붙은 ‘pre-owned(중고)' 표시만 없다면 일반 명품숍 같은 이곳은 미국의 대표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 ‘더리얼리얼(TheRealReal·이하 TRR)’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위탁자와 구매자가 언제든지 찾아와 상품을 맡기거나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미국 뉴욕의 소호에 위치한 중고 명품 플랫폼 '더리얼리얼의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중고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송주희기자미국 뉴욕의 소호에 위치한 중고 명품 플랫폼 '더리얼리얼의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중고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송주희기자



MZ세대가 명품 구매의 큰 손으로 부상한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의 중고 명품 시장이 세를 불리고 있다. 27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고 명품 매출은 2017년 대비 65% 늘었다. 같은 기간 신규 명품이 1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신장세다. 중고 명품의 경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원하는 제품을 중고로 원하는 가격에 찾아 구매하는 것’을 마치 보물찾기처럼 즐기는 젊은 세대의 문화가 더해지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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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소호의 더리얼리얼 오프라인 매장은 지하에 중고 명품 스니커즈와 주요 제품의 시세를 볼 수 있는 공간(왼쪽)과 전문가가 상주하는 리셀 상담실,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송주희기자미국 뉴욕 소호의 더리얼리얼 오프라인 매장은 지하에 중고 명품 스니커즈와 주요 제품의 시세를 볼 수 있는 공간(왼쪽)과 전문가가 상주하는 리셀 상담실,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송주희기자


콧대 높은 소호 명품 거리 한가운데 들어선 TRR이 그 방증이다. TRR은 2011년 설립된 온라인 기반의 회사이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제품 판매 및 상담을 진행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소호 매장 지하에는 MZ세대를 겨냥한 미니 카페와 스니커즈 판매존을 운영하고,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중고 상품을 감정해주기도 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평일 비 내리는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받으려는 위탁자와 쇼핑하려는 방문객이 많았다. 특히 신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에서 시즌 오프 세일이 진행중이라 더 싸게 원하는 명품을 손에 넣으려는 젊은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TRR이 올 1~6월 플랫폼 이용자를 연령 별로 나눠 방문 수 증감을 분석한 결과 10~25세인 Z세대의 증가율이 35%로 가장 두드러졌다. 매장 관계자는 “소호의 경우 자기 취향이 확고한 20~30대 젊은 소비자 방문이 많은 편”이라며 “미국 내 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온·오프라인으로 명품을 맡겨 감정을 받고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구매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며 “이런 점에서 명품 리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TRR은 매년 정기 리포트에 '당신의 소비가 얼마 만큼의 탄소를 줄이고, 물을 아꼈다'고 수치로 발표하며 '가치 소비'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새로운 명품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TRR의 올 2분기 총거래액(GMV)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고 총 매출도 47% 증가했다.

시장 판도가 변하자 명품 리셀을 눈엣가시처럼 보던 일부 브랜드들은 ‘적과의 동침’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다. 버버리와 스텔라맥카트니가 TRR과 제휴를 맺었고, 구찌의 모기업 케링 그룹도 2020년 TRR과 파트너십을 맺고 온라인에서 구찌 중고품을 판매하고 있다.

글·사진(뉴욕)=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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