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민화 4


- 성선경



버스로 한 시간 반, 통영 간다

배둔, 고성을 거쳐 한 시간 반 통영 가서

시외버스 터미널 앞 큰언니식당에서

백반정식을 먹는데

생일도 아닌데 미역국이 한 대접

낯모를 곳에서 낯모르는 사람에게 생일상 받는다

구운 간조기 한 마리



김 몇 장, 계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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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밥 한 그릇, 생일상 받는다

뜻밖 허튼 걸음 버스로 한 시간 반

배둔, 고성을 거쳐 한 시간 반 통영 가

낯모를 곳에서

낯모르는 사람에게 생일상 받는다

따끈따끈하게 낯익은 듯

백반정식 생일상 참 오지다.

생일날 낯선 곳에서 주문한 백반정식에 미역국이 나왔군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정갈한 생일상을 차려주었군요. 낯모르는 이에게서 생일상을 받으니 기쁨이 배가 되셨군요. 그 생일상 함께 먹은 듯 마음 푸근하네요. 생각해보면 세상에 태어나서 받은 것 미역국 하나뿐인가요. 우리가 세상에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우주는 138억 년 전에 이미 자리를 깔고, 지구는 46억 년 전에 밥상을 펼쳐 놓았지요. 뭘 이렇게까지 싶게 하늘엔 빼곡히 별들을 박아놓고, 땅에는 별만큼 꽃을 피워 놓았지요. 한 생명이 태어날 때마다 우주가 하나씩 열리지요. 우주는 하나라도 여럿이지요.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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