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슝펑






1967년 10월 21일 이스라엘 군함 에일라트함이 이집트의 스틱스 미사일에 격침되자 이스라엘 못지않게 대만도 충격에 빠졌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스틱스 미사일을 탑재한 고속정들을 거의 만들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1968년 이스라엘은 대함 미사일 개발을 서둘러 가브리엘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고, 곧바로 대만에 미사일 기술 공여를 약속했다. 대만의 슝펑(雄風) 미사일 개발 계획은 이처럼 속전속결로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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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바람’이라는 뜻의 슝펑은 대만군의 순항 미사일 시리즈로 대만 국책 방산연구소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이 개발을 주도했다. 슝펑 미사일 개발은 가브리엘 미사일의 수입과 국산화, 대만 내 개량의 세 단계로 이뤄졌다. 첫 단계로 1971년 이스라엘로부터 미사일 50기를 들여와 호위함 3척에 장착했다. 이어 1981년에는 사거리 40㎞, 비행 속도 마하 0.6 수준인 대함 미사일 슝펑 1을 만들어 국산화에 성공했다. 1992년부터는 사거리 160㎞, 비행 속도 마하 0.85로 기능이 향상된 대함 미사일 슝펑 2를 실전 배치했다. 2012년 11월 사거리 400㎞, 비행 속도 마하 2.5인 슝펑 3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슝펑 3은 서방 진영에서 처음 배치된 초음속 대함 미사일로 주목받았다. 중국의 침략 위협이 고조된 올해는 슝펑 3 미사일의 연간 생산량이 70기로 늘었다.

며칠 전 대만에서 슝펑 3 자료가 포함된 군사 기밀 유출 사건이 드러나 큰 소동이 벌어졌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NCSIST 시스템 발전 센터의 펑(彭) 모 씨가 2018∼2019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첨단 미사일 기밀 보고서 등을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아 서버 내 개인 폴더에 저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핵심 기밀이 적국에 넘어갔다면 슝펑 미사일에 쏟은 반백 년의 노고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우리도 2년 전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퇴직 연구원들이 기밀 자료를 관행적으로 유출해온 정황이 포착돼 아찔했던 일이 있다. 군 기밀을 노린 북한의 해킹 공격에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북한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압도적 군사력 확보가 중요하지만 군사 기밀 보안에도 철두철미해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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