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세대가 은행에서 빌린 전세자금을 못 갚아 올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대위변제) 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에다 전세대출·보증금 사기 등으로 청년층의 대출 상환 능력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29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주금공이 대위변제한 전세대출금 규모는 7월 말 기준 총 172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라면 단순 계산으로 주금공의 전세자금보증 대위변제 규모는 연말께 296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자금보증은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대출할 때 담보로 주금공이 보증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세입자가 기한 내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공사가 일단 대신 갚은 뒤 차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한다.
정부의 전세대출 대위변제 가운데 53.4%인 922억 원은 2030 청년 차주였다. 특히 30대 차주 대상 대위변제 규모는 640억 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또 주금공이 대신 갚아준 20대 차주 전세대출금 규모는 282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합계(262억 원)을 넘어섰다. 20대 청년이 전체 대위변제 대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2년 새 급증했다. 2017~2020년만 해도 전체 대위변제 대상에서 20대 청년 비중은 4~6%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2%, 올해 16.3% 등으로 평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대위변제 회수율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주금공의 전체 전세자금보증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전년 대비 2.8%포인트 급감한 4.1%였다. 회수율이 4%대로 떨어진 것은 6년 새 처음이다. 특히 20대 회수율은 전체 회수율을 밑도는 3.8%에 불과했다. 20대 전세자금 282억 원을 대신 갚아준 뒤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한 금액이 10억 7000만 원에 그친다는 의미다.
2030세대가 전세대출을 갚지 못하고 사실상 파산에 들어서는 것은 금리가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며 상환 능력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전세자금보증은 대위변제 이후 차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하는데, 대위변제까지 가는 차주는 실직 등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며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전세자금보증 사고발생률은 지난달 기준 0.51%로 전년 대비 0.13%포인트 증가하기도 했다.
주금공은 대위변제가 늘어나며 전세보증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그간 사고발생률은 하향 안정세였으나 최근 금리 인상 등에 따라 2018년(0.46%)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최근 보증한도 산정 시 연간 부채 상환 예상액 산출에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상향하는 등 심사를 일부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보증사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채권보전조치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기금 건전성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년층 상환 능력이 악화되는 와중에 전세보증금을 떼먹는 사기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송 의원실에 제출한 연령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사고 10건 중 7건(69.4%)은 2030 차주였다. 사고 금액은 총 2968억 원에 달한다. 특히 20대 보증사고 규모는 842억 원으로 2018년(19억 원)보다 44배 이상 폭증했다.
송 의원은 “대외적 여건 악화로 최근 금리가 급격히 인상돼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특히 주거 취약 계층인 청년들이 ‘깡통 전세’나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지원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