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상수지 악화와 요동치는 외환시장이 금융시장을 흔들자 “정부부터 더욱 긴장감을 갖고 준비된 비상조치 계획에 따라 필요한 적기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점을 기록할 정도로 증시의 심리가 악화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참모들에게 “긴장감을 가지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3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시장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경제팀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24시간 국내외 경제 상황 점검 체계를 가동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대응해 달라”고 강조했다.
5월과 8월에 이어 이날 세번 째 열린 거시금융회의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 외에도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이성형 SK 재무부문장,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 배두용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이현배 ING은행 서울본부장,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이 참석했다.
거시금융회의에 4대 그룹 CFO급 인사들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시장의 최전선에서 뛰는 기업인들에게 직접 상황을 듣기 위해 이날 회의에 참석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국가에 네트워크를 두고 위기에 긴박하게 움직이는 기업들이 정부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라며 “이날 회의에서 기업들은 윤 대통령에게 현재 복합 위기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진단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외화 자금 조달이 막힐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대외 부문의 위험 요인은 환리스크 헤지, 계열사 자금 풀링(공유), 매출 채권 연체율 관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우리 금융시장의 방파제가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과거의 외환·금융 위기 당시에는 대외 금융자산에 비해 부채가 많았지만 현재는 순대외 금융자산이 6월 기준 7441억 달러에 달하고 외환보유액은 8월 말 기준 4364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추 경제부총리는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을 높은 경각심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에 기업도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도 기업들에 “위기일수록 정부와 기업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며 “기업이 국내외 비즈니스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 사항을 수시로 정부에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