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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직한 후보2' 라미란 "겁 없이 속편…해보고 후회하자 싶었죠"

영화 '정직한 후보2' 배우 라미란 / 사진=NEW영화 '정직한 후보2' 배우 라미란 / 사진=NEW




배우 라미란이 “앞으로도 배꼽 도둑이 되겠다”는 수상 소감을 지키기 위해 영화 ‘정직한 후보2’로 컴백했다. 여전히 센스 넘치고 매력적인 그의 연기는 작품의 정체성이다.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든 그에게는 남다른 고민이 있었다.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는 서울시장 선거에 떨어지고 백수가 된 주상숙(라미란)이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하고 강원도지사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이야기다. 권력의 맛에 취한 주상숙은 다시 거짓말을 못하는 이른바 ‘진실의 주둥이’가 되고, 그의 곁을 지키던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도 똑같은 증상을 겪으며 곤욕을 치른다.

라미란은 전편에서 맛깔나는 연기를 펼치며 이례적으로 코미디 영화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탔다. 당시 2편까지 출연하겠다고 공표한 그는 2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 그는 “겁 없이 2탄을 했다”며 “상을 안 주셨으면 그 이야기를 안 했을 텐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말이 똥처럼 나왔다”고 작품 속 대사를 인용해 긴장되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때 놀림당했어요. 소울메이트인 김숙이 희극인들도 안 하는 ‘배꼽도둑이 되겠다’는 말을 하냐며 ‘미쳤다’고 그랬죠. 어찌 됐든 한다는 생각으로 하게 돼서 했는데 시기가 지금일지 몰랐고요. 배꼽도둑이 됐는지는 열어봐야 알 것 같아요. 수치로 얘기할 수는 없고요. 몇 사람한테만 이야기 들으면 될 것 같네요.”(웃음)

영화 '정직한 후보2' 스틸 / 사진=NEW영화 '정직한 후보2' 스틸 / 사진=NEW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라미란이 아닌 주상숙은 상상이 안 될 것이다. 부패한 정치가이자 행정가인 주상숙을 밉지 않게 그려낸 건 설득력 있는 연기가 있어서다. 라미란 역시 2편까지 이어온 만큼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이 있다.

2편 작업이 좋았던 건 팀플레이가 강조됐기 때문이다. 홀로 ‘진실의 주둥이’로 코미디를 이끌어가던 전편보다 부담도 덜했고, 의지할 수 있었다. 라미란은 “혼자 힘들 순 없다. 김무열이 같이 고생하는 걸 보고 고소하고 통쾌했다”며 “여차하면 떠넘길 수 있는 비빌 언덕이 생긴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무열도 힘들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윤경호(봉만식 역)와 상의를 하더라고요. ‘참 의미 없다. 쓸 데 없다’고 생각했죠. 코미디라는 게 그렇잖아요. 남의 것이 아닌 자기 것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말해줘도 안 되는 거거든요. 서로 참견질을 하더라고요. 옆에서 정말 웃겼어요.”

툭툭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유쾌한 그에게 주상숙은 속 편한 캐릭터였다. 평소에 절대 할 수 없는 독불장군 같은 모습을 표현하며 대리만족하기도 하고, 진실과 거짓말을 오가며 쾌감을 느꼈다.

“드라마 ‘응답하라1988’을 하고 치타 여사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어딜 가면 다 알아봐 주고 치타 여사처럼 대해주더라고요. 그것처럼 말도 안 되는 궤변을 해도 이건 주상숙이었다고 할 수 있잖아요.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이니까 다행인 것 같아요.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좀 안 된 구석이 있는 인물이요. 그래서 조금 매력 있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애착이 가요.”



현실을 반영하는 풍자 캐릭터이기 때문에 마냥 코믹스럽게 포장할 수만은 없었다. 너무 철없고 능력이 없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나름의 정치적인 견해로 끌고 나가고 싶은 의지가 있나 되돌아봤다. 캐릭터 아닌 정치인으로서 얼마만큼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인물인지 파고들었다.



“그냥 재밌게 하기 위해 탈만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어요. 주상숙이 의욕에 차있을 때는 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에 조태주(서현우)가 몰래카메라를 찍은 걸 보면 주상숙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었어요. 너무 비호감 되지 않을까 걱정됐었죠.”



바른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했다가 변질돼 가는 모습을 연기하며 괴기스럽다는 생각까지 했다. 욕망의 크기처럼 점점 커지는 가발을 쓰고 거짓말을 일삼는 주상숙이 단상에서 내려와 ‘내 머리 안 죽었지’라는 대사를 할 때는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치인이라고 정말 정직하게 살 수 있을까요? 일반인들도 시시각각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며 살 텐데 정치인이라고 다르겠나 싶었죠. 그런데 정치인들은 달라야 해요. 굵직한 일들을 해야 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사람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줘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왕관을 쓰려면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혹독한 기준이 있어야 하죠. 감독님이 그런 걸 빗대어 쓴 것 같아요.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 정치에 대한 의지가 쉽게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독보적인 연기 색깔을 갖춰가며 ‘라미란 표 코미디’라는 말도 생겨났다. 누군가에게는 기분 좋은 수식어일 수 있으나 라미란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이 하는 것들이 읽히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고 이미 그럴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 아니면 겸허히 받아들일지 닥쳐봐야 알 것 같다고.

“극을 쓴 사람의 표가 아닐까 싶어요. 장유정 감독 표나 작가의 표인 거죠. 전 주어진 텍스트를 가지고 잘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에요. 베이스를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죠. 제가 살을 붙이고 숨을 불어넣은 거라면 뼈대를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거예요. ‘라미란표 무엇’이 없길 바라요. 굳어지지 않길 바라요. 전 코미디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말이 부담스러워요.”

코미디 연기의 매력에 대해 물으니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는 “늘 재밌게 하지만 희극을 많이 하는 분들도 웃기기 위해 하진 않는다. 그게 우스워 보일 뿐이지 웃기게 보이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그 부분에 힘이 들어가서 어떨 때는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갈 때까지 가보자 한다. 감독님이 골라서 해보겠지 한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배우 인생에서 여우주연상이라는 큰 선물을 품에 안게 해준 ‘정직한 후보’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덕분에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주어진 기회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매사에 열심히 하자는 마음가짐을 얻었다.

“어느 순간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다는 걸 영화 ‘걸캅스’를 할 때부터 깨달았어요. 주연을 하라는 제안이 너무 부담스러웠거든요. ‘내가 무슨 극을 이끌어갈 수 있나. 그런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었죠. 제작자가 ‘할 수 있다. 널 위해 만들고 있다’고 해서 4년 만에 가져온 거라 안 할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짐 같은 걸 내려놨어요. 나에게 오는 파도를 그냥 맞아야겠다 싶었어요.”

보이지 않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정직한 후보2’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눈물의 의미에 대해 “기자님들 때문”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1편 때 작품에 대해 호의적으로 써주신 게 생각났다. 나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내 입으로 그 이야기를 꺼내니까 눈물이 났다”며 “위로 같았다. 눈물이 나려고 해서 어떻게 웃음으로 승화해야 하나 했는데 재밌게 넘겨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1편이 다른 영화처럼 700~800만이 돼 모두가 인정할 만한 흥행을 한 것도 아닌데 우리만의 생각으로 가는 건 아닌지 욕심 아닌지 생각하기도 했어요. 욕심만큼 부담도 커지는 거죠. 코미디이다 보니 더 웃겨야 하는데 ‘역시 2탄은 안 되는구나’라는 말을 들으면 안 되잖아요. 조급함도 있었거든요. 그런 걸 다 안고서라도 일단 해봐야 후회든 영광이든 얻게 되는 거니까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하고 후회하자’가 삶의 모토예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굳어지지 않으려 늘 고민한다. 드라마든 영화든 다른 색깔의 작품이 있으면 하려고 한다. 오는 11월에는 웃음기 하나 없는 스타일의 영화 ‘고속도로 가족’이 개봉한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에서도 감정이 고된 역할을 맡았다. 다양한 캐릭터로 환기를 시키려 애쓰는 중이다.

“크게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 않는다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역할의 크기나 작품의 수나 분위기도 달라지겠죠. 제가 바라는 건 할 수 없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 일을 하는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 일이 너무 지치고 힘들고 떠나고 싶게 되면 너무 못 견딜 것 같아요. 언제라도 나라는 존재가 즐거웠으면 해요. 촬영장 가는 길이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55세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선생님들처럼 꾸준히 하고 싶고요. 늘 연기가 재밌어요.”(웃음)


추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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