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67건을 기록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6만 건을 웃돌았다. 매물 대비 거래 비율이 1%대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부동산 시장을 강타한 2008년에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000건을 밑돈 적은 없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나는 공인중개사들은 “고사하기 직전”이라는 탄식을 대부분 쏟아낸다. 건설·이사·인테리어업 등 타 연관 산업 종사자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미래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분양 시황이 나빠지면 부동산 시행·시공사는 신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몸을 사린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1만 4864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주택이 올 8월 3만 2722가구로 배 이상 늘자 전국에서 착공에 들어선 건축물 수는 8월 누적 기준 지난해 12만 4697동에서 올해 10만 6635동으로 14.5% 감소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수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대선 공약에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정 폭이 기존 제도 대비 1.5~4.0%에 그친 분양가상한제 제도 개편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미온적인 규제 완화는 집값 안정화를 위한 것일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서울의 중위 소득 가구가 번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18년 넘게 모아야 중위 가격 수준의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집값의 ‘하향 안정화’는 물론 필요하다. 문제는 속도다. 하락 폭이 수억 원에 달하는 거래가 서울 핵심 지역에서 속출하고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며 신규 사업은 급속히 위축되는 상황을 과연 하향 ‘안정화’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시장의 급속한 악화는 신규 사업 추진을 가로막아 가까운 미래 부동산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적절한 규제 완화를 통한 연착륙을 고려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