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경우 국내 대기업 60%가량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는 취약 기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제조 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행 기준금리 2.5%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10곳 중 3곳인데 기준금리를 3.0%로 올릴 경우 10곳 중 그런 기업이 6곳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무역수지는 37억 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외환위기 이후 25년 6개월 만에 6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무역 적자는 1996년 역대 최대(206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4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더욱 충격적인 신호는 반도체·석유화학·철강·해운 등 주력 산업들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이 2개월 연속 감소했고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철강·석유화학 등 10개 분야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고사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 확대와 옥석 가리기 등 처방을 조속히 실행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정책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국회는 뒷짐을 진 채 싸움질만 하고 있어 “세상과 담을 쌓은 갈라파고스 국회냐”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거대 야당은 반도체특별법과 법인세 인하 관련 법 등 경제 위기 극복에 필요한 법안을 뭉개고 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은 내분을 키우며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정부 경제팀은 “한국에서 경제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매우매우’ 낮다”는 식의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며 신속한 위기 대처를 열망하는 기업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직전까지도 정부는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말을 반복했고 여야는 정쟁의 늪에서 목소리만 높였다. 비상 상황 대처에 국회와 정부가 따로 움직일 수는 없다. 국회는 싸움만 하지 말고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등을 구성해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입법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