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명예 훼손 혐의로 CNN 방송을 고소하고 4억 7500만 달러 (약 6835억 원) 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취임 이전부터 전통적 미디어와 대립각을 세워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의식해 적극 언론 견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플로리다 포트 러더데일 법원에 CNN에 대한 소장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측은 유력언론인 CNN이 “트럼프에 대한 비방과 중상모략을 벌였다”며 최근 몇 달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막기 위해 정치적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변호인 측은 CNN이 그를 '히틀러', '인종주의자', '러시아의 하인', '폭동 선동자' 등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악의적'인 보도에 책임을 물어 변호인 측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향후 몇 달 내로 다른 주요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도 제기될 전망이다.
그가 선거 출마를 앞두고 언론 공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는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를 고소했다. 이후 NYT를 상대로 한 소송은 기각되었으며 WP와의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다.
CNN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온 주요 언론 중 하나다. CNN은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성추문 은폐를 논의한 녹음 파일을 단독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또 백악관 출입기자가 기자회견 중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질문을 했다가 출입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특히 2020년 대선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의 극우 지지자들을 선동한 결과 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지며 언론의 비판이 더욱 강력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폭도를 부추긴 그의 행위를 히틀러에 비유하는 표현이 언론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자 비판 언행 역시 ‘인종주의자(racist)’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일레인 차오 전 운수부 장관을 향해 SNS로 "중국을 사랑하는 아내, 코코 차오"라며 인종차별적 조롱을 가해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빈축을 사고 있다. 차오 전 장관은 대만계 미국인이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의 아내이다. 트럼프 변호인단의 소송 소식이 전해진 이날 공화당의 릭 스콧 상원의원은 CNN에 “인종주의자가 되는 것은 절대 괜찮지 않다”며 “대중의 눈앞에 선 이상 언제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