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12년간 6명에 곳간 털린 건보…'땜질 처방'이 46억 횡령 화 불렀다

한 직원 10개월 간 97차례 걸쳐 2억 횡령

횡령사례 절반 이상이 계좌 ‘바꿔치기’ 수법

또 다른 직원, 200만 원 부채 갚는데 사용

공단, 지급계좌 등록시스템 개선·지침 마련

김원이의원 “땜질 처방 화불러…대책 필요”

김원이 민주당 의원. 사진 제공=김원이 의원실김원이 민주당 의원. 사진 제공=김원이 의원실




국민이 매달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를 운영·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곳간에 최근 12년 간 6명의 내부 직원이 손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은 곳간이 털릴 때마다 직원을 처벌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를 취했지만 그 조치가 ‘땜질 처방’에 그쳐 46억 원 횡령 사건이라는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더 큰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건보공단 임직원이 횡령·유용 및 배임 혐의로 적발돼 처벌 받은 사례는 모두 5건이다. 이번 46억 원 횡령 사례까지 포함할 경우 총 6건이 된다.

서울경제신문이 김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10~2022년 횡령·유용 관련 징계 현황을 살펴 보면 공단이 가장 최근 적발한 사례는 2014년 발생한 횡령 사건의 범행자를 2016년 적발·징계한 것이다. 당시 한 지사 징수부에 근무했던 이모 과장(4급)은 2014년 12월 사업장 소급 상실 신고로 인해 발생한 430만 7400원을 본인 소유의 차명 계좌로 지급 처리했다. 공단은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인 2016년 6월 이를 적발했고 두 달 뒤인 8월 이 과장을 파면했다. 이 과장은 수사 결과 벌금 50만 원의 처벌을 받았다.

당시 공단은 지급 계좌 등록시스템의 ‘예금주 성명’ 칼럼을 수령 권한이 있는 사업장(법인·개인사업장), 개인 가입자(지역) 등으로 고정되게 하거나 시스템에서 수령 권한자(지급대상자)와 예금주를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해 제3 자 소유의 계좌로 지급 시 타인지급으로 등록 처리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쉽게 말해 공단으로부터 돈을 지급 받는 계좌를 공단 담당자가 변경하기 까다롭게 하도록 한 것이다.

자료 제공=김원이 의원실자료 제공=김원이 의원실




최근 발생한 46억 원 횡령 사건도 결국 재정관리팀장이 팀원이 작성한 채권자 계좌 정보를 자신의 계좌 정보로 ‘바꿔 치기’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꼭 닮아 있다. 팀원이 요양기관 채권을 가진 금융기관 계좌를 등록하는 상황에서 팀장이 지급 승인은 물론 계좌 수정 권한까지 갖다보니, 다시 말해 손 쉽게 계좌 정보를 바꿀 수 있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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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한 4급 직원은 2010년 1월 3201만 3950원의 공금을 유용해 2012년 2월 적발돼 그해 6월 파면됐다. 그는 요양 급여 비용 부당 이득금을 본인 계좌로 송금 받아 개인적으로 유용 후 늦게 입금 처리했다. 또 다른 4급 직원은 2008년 11월 민원인이 현금으로 납부한 보험료 200만 원을 본인의 부채를 변제하는데 사용했다. 그는 2011년 9월 파면됐고 벌금 50만 원의 처벌을 받았다. 한 4급 직원은 2006년 12월과 2007년 2월 사업장이 현금으로 납부한 보험료를 본인의 개인 계좌로 입금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830만 6160원을 횡령했다. 그는 2010년 11월 파면됐다. 또 다른 4급 직원은 허위 전산 입력 등의 방법으로 요양비를 신청, 차명 계좌로 지급 처리해 2009년 5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무려 97차례에 걸쳐 2억 474만 8850원을 횡령했다. 그는 2010년 3월 파면됐고 수사 결과 징역 3년의 처벌을 받았다.

사건 발생 후 공단은 지급 대상 금액 50만 원 이상 시 계좌 확인 전 예금주 실명번호를 필수 입력하도록 하는 등 지급 계좌 등록 화면을 개선했다. 또 요양기관 현지확인 표준운영지침(SOP)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요양비 신청서 입력내역 검증 프로그램 개발하는 등 지급업무 시스템을 개선했다. 요양비 지급 적정성 확인을 위한 업무처리지침도 마련했다.

김 의원은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총 5건의 횡령·유용 징계 사례가 확인됐다”며 “그 때 마다 땜질식 처방이 더 큰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했다면 이번 46억 원 횡령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제대로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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