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정감사로 떠들썩해진 반면 용산 대통령실은 조용해졌다. 지난주 부대변인부터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적극 반박하던 모습과 대비됐다. 비속어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다시 하락하자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하락 의식했나…이슈 파이팅 최소화
윤 대통령은 4일 출근길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 논란을 두고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 운영기관이라 대통령이 뭐라고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규명을 강조했는데 그 누구도 예외나 성역은 없다는 입장인가’는 질문에는 “일반 원칙 아니겠느냐”고 짧게 답했다. 감사원 조사에 우회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도 신구권력 충돌로 보이지 않게 거리두기를 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비슷하다. 야당이 연일 청와대 이전 비용 관련 공세를 집중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최소한의 대응만 취하고 있다. 이재명 부대변인 명의로 서면 입장문을 내는 식이다. 8월 21일 임명 이후 대변인 공석 체제에서 활발히 카메라 앞에 서왔던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 해외 순방 이후 5일 현재까지 직접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핵심 대선 공약과 관련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은 3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을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측에서 대선 기간 2030세대 지지율 상승 계기가 됐던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발언을 내놓을 법도 했지만 대통령실은 “최종안이 나오면 자세히 국민과 야당에게 설명드릴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결국 더블딥 현상을 보이는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블딥은 경기 침체 후 짧게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이르는 경제 용어다.
한국갤럽 기준 8월 1주차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24%로 역대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완만한 반등을 시작해 33%까지 올라갔지만 해외 순방 때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30일 다시 24%로 주저앉았다. 그 중에서도 청년층인 20대 이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9%를 기록했다.
3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3.4%포인트 떨어진 31.2%로 나타났다. 8월 2주차(30.4%) 이후 9월 3주차(34.6%)까지 회복세를 보이다 4주 만에 재하락한 것이다.
과거 文은 어땠나…靑이 직접 대검 고발도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해 국정감사 기간 활발한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7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던 때였다.
‘적폐청산 국감’으로 불린 2017년 국정감사 때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 최초 보고 시각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수사의뢰를 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놓고 벌어진 자격 논란에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선출된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두고 위헌이니 하며 부정하고 업무 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만든 국법 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국회를 직격하기도 했다.
홍장표 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들도 예정에 없던 기자 간담회를 열어 한국의 경제 상황이 튼튼하다는 브리핑(2017년 10월 13일)을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당분간 정치권 현안에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민생 경제 행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5일 경상북도 상주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제 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의 지방 일정으로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은 진행되지 않았다.
회의에 앞서 윤 대통령은 스마트팜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을 방문해 청년농업인이 재배하는 딸기와 방울토마토 온실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환경제어시스템을 직접 조작하고 청년 농업인들을 격려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