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와 정책 기능을 분리한다. 공정위에서는 사건 처리를 신속화하고 조사 대상 기업의 권리를 보호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기업 털기’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는 5일 “8월 공정위 업무보고 당시 대통령께서 법 집행의 효율성·공정성 제고를 위해 법 집행 기준 및 절차 개선과 함께 조사-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 방안도 함께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며 “최근 내부에 조직선진화 추진단을 설치하고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는 검사 출신으로서 법무부와 검찰이 분리돼 있는 형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가 검찰의 인사·정책을 담당하는 반면 검찰은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수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도 ‘정책처’를 신설하고 현재 조사·정책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사무처’는 조사만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정위는 사건 처리 전 과정을 엄격히 관리·감독해 신속한 사건 처리, 충실한 기록 관리, 피조사인의 권리 보호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경쟁 정책과 소비자·중소기업 보호 정책 통합으로 정책 간 시너지도 발생할 수 있다. 유럽연합(EU)·독일·싱가포르·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은 조사-정책 기능을 대부분 분리해 운영한다.
다만 재계에서는 사무처가 조사를 전담할 경우 기업 조사가 강화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무처가 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 되면 성과를 내기 위해 조사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책 기능이 혼재돼 있을 때보다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정위 내 조사와 심판 기능 간 분리도 강화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미 심사관(조사)은 위원회(심판)의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할 수 없고 위원회는 사무처의 조사 과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기능이 엄격히 분리돼 있다”면서도 “심결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