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전기자동차(EV)의 핵심인 배터리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9000억 엔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신문은 경제산업성이 국내 설비투자에 5000억 엔, 니켈·코발트 등 광물자원 확보에 3500억 엔, 전기차 및 배터리 구매 보조와 인재 육성에 수백억 엔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안을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포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대규모 보조금 지급은 한국과 중국에 뒤진 배터리 점유율을 확대하고 배터리 원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자국 내 배터리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해 북미 공장 증설에 나서는 한편 중국산 리튬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호주·캐나다·아르헨티나로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15년까지만 해도 일본이 세계 시장 40%를 점유해 1위를 차지했으나 이후 중국과 한국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기업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중국의 CATL(31.2%)이며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23.1%)과 일본 파나소닉(14.7%)이 각각 2, 3위에 올랐다. BYD(중국, 6.9%), 삼성SDI(한국, 5.3%), SK이노베이션(한국, 5.1%) 등이 뒤를 잇는다.
일본 기업이 보조금을 등에 업고 투자를 확대할 경우 중국과 한국 배터리 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배터리 업체들은 미래 반도체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미국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들의 일본 내 투자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