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뭘 골라도 한국이 훨씬 싸다"…외국인 관광객 22배 급증

■원화가치 급락에 다시 한국 찾는 외국인

1월 333명→10월 7520명

방역조치 완화되고 '킹달러'

관광비 부담 크게 줄어들어

명동거리 중국인들 빈자리

미국·일본인 등으로 '북적'

서울 명동 거리에서 히잡을 쓴 외국인들이 노점에서 크로와상을 구경하고 있다. 옆으로 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남명 기자서울 명동 거리에서 히잡을 쓴 외국인들이 노점에서 크로와상을 구경하고 있다. 옆으로 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남명 기자




“계란빵, 치얼스.”



5일 오후 중구 명동2가. 2년간 관광객이 뚝 끊기며 공실률 50%에 달했던 명동 거리에 다시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활기를 띠고 있다. 거리 곳곳 노점에는 닭꼬치·호떡·탕후루 등을 파는 상인들이 익숙한 듯 각종 외국어로 말을 건넸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사 먹었다. 텅 비었던 점포도 리모델링 공사에 한창이다. 장사 준비를 마친 화장품 가게에는 호객꾼들이 관광객들을 잡아끌었다. 길 한복판에 앉아 달고나를 팔던 70대 여성 김 모 씨는 “코로나로 아예 장사를 안 하다가 이번 추석쯤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며 “말레이시아·미국·동남아시아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 덕분에 장사가 좀 되니까 다른 집은 1000원에 팔던 달고나를 2000원으로 올려서 판다”고 말했다.

한국관광데이랩에 따르면 외국인 방문객은 올해 1월 일평균 333명에서 10월 7520명으로 약 22.5배 급증했다. 국적별로 보면 ‘킹달러’ 영향에 힘입은 미국 관광객이 2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14%), 캐나다(6%)가 뒤를 이었다. 미국 LA에서 온 크리스틴(23) 씨는 “LA는 모든 것이 비싸졌는데 달러 가치가 높아져 한국이 LA보다 저렴하게 느껴진다”며 “여행을 오기 전에 한국은 대부분 카드로 결제한다고 해서 현금은 200달러만 환전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국내를 찾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장소는 명동 중구였다. 홍대가 있는 마포구와 강남구 등이 뒤를 이었다. 낮에 명동에서 쇼핑을 하다가 해가 지면 강남과 홍대로 넘어가 주점과 유흥업소 등에서 한국의 밤 문화를 즐겼다는 얘기다. 미국인 데이비드(29) 씨는 “관광에 편리하다고 판단해 숙소를 홍대에 잡는 사람이 많다”며 “낮에 다른 곳을 구경하고 돌아와도 가게나 주점이 늦게까지 문을 열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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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들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은 16만 6892명으로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비학위 과정 외국인 유학생은 4만 2089명으로 전년 대비 30.5%(9826명) 뛰었다. 실제 고려대·한양대·건국대 등 서울 소재 3개 대학의 올해 1학기 외국인 교환학생은 1546명으로 전년 931명 대비 66.05% 급증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외국인 교환 학생이 한 해 500명이 들어왔는데 코로나 2년 동안 반토막이 났다”며 “올해 2학기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양 손에 쇼핑백을 든 외국인들이 명동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김남명 기자양 손에 쇼핑백을 든 외국인들이 명동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김남명 기자


다만 아직까지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8월 한 달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은 약 32만 명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8월 약 159만 명과 비교했을 때 20% 수준이다. 중국인 여행객 유입이 차단된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온 경우 10일 동안 격리시키는 방역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7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9만 3000여 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이 약 600만 명에 달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약 1.5% 수준이다. 명동에서 10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김 모(58) 씨는 “거리에 사람 한 명 없이 썰렁해서 귀신이 나올 것 같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황이 좀 낫다”면서도 “중국인들이 들어와야 본격적으로 활기가 돌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남명 기자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남명 기자


중국인의 빈 자리는 미국과 일본·싱가포르 관광객이 채웠다. 명동 관광안내소 직원은 “올해 초반과 비교하면 관광객이 많이 늘었고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며 “중국인이 줄어든 대신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는데 최근에는 일본에서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일본인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날 강남을 찾은 미국인 케일라(21) 씨는 “환율 영향으로 달러를 환전할 때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한국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면서 “BTS 굿즈를 사러 왔는데 무엇을 고르든 글로벌 가격보다 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20대 여성 엘린 씨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을 여행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한식을 좋아해 싱가포르에서도 코리아 바비큐를 종종 먹었는데 가격이 50달러가 넘었다”며 “한국에서는 절반 가격에 떡볶이와 바비큐를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박우인 기자·김남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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