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가(家)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Five Guys Burgers and Fries)’의 한국 론칭을 성사시키며 경영 일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근 한화그룹이 계열사 재편을 통해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낸 가운데 올 2월부터 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장으로도 활동해 온 김 상무는 백화점·호텔 등 유통 부문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브가이즈 도입은 김 상무가 갤러리아에서 주도한 첫 신사업이라는 점에서 그의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FGE International)’과 국내 사업권 계약 관련 약정서를 체결, 내년 상반기에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점을 오픈한다고 6일 밝혔다.
파이브가이즈는 1986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시작,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버거 설문에서 만족도 1위를 차지하는 등 미국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좋아해 ‘오바마 버거’로도 불린다. 모든 음식은 주문과 동시에 조리하기 때문에 매장 주방에 냉동고, 타이머, 전자레인지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일 직접 만드는 패티와 생감자를 썰어 순수한 땅콩 기름에 튀겨내는 프라이즈 등 차별화된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3개 국가에서 17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폴, 중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한국이 5번째 진출 국가가 될 예정이다.
‘고메이494’ 브랜드를 중심으로 식음(F&B) 사업을 진행해 온 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 론칭으로 불붙은 국내 버거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향후 5년간 국내에 15개 이상의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며 ‘국내 1호점’ 장소는 현재 검토 중이다.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은 김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승마 선수 출신인 김 상무는 그동안 한화호텔앤리조트에서 승마 및 레저 분야 신사업 모델 개발을 담당하다가 올 2월 한화솔루션(009830)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겸임)으로 선임돼 갤러리아백화점의 새 먹거리 발굴을 총괄해 왔다. 신사업전략실은 30여 명의 인력으로 구성됐으며 김 상무 인사가 이뤄진 2월 함께 신설됐다. 최근 한화그룹은 일련의 계열사 재편을 통해 장남(김동관)은 에너지·방산·화학을, 차남(동원)은 금융을, 삼남(동선)은 유통을 맡는 쪽으로 후계 구도를 정리 중인데, 2월 인사 역시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상무는 사실상의 ‘첫 시험대’인 파이브가이즈 론칭을 기획 단계부터 주도했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현지의 맛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을 프랜차이즈 사업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한국 진출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김 상무가 수차례 미국을 오가며 미국 창업주와 지속적인 신뢰를 쌓았고, 사업의 확고한 계획을 담은 브리핑을 통해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만큼 김 상무는 갤러리아를 통한 파이브가이즈의 한국 론칭 공식 발표 하루 전인 지난 5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실을 먼저 알리기도 했다.
김 상무의 등판과 함께 한화 유통 부문의 큰 변화도 예상된다. 갤러리아는 내년 3월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인적분할해 신규상장한다. 갤러리아는 그룹사와 연계한 리테일 복합개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백화점을 비롯한 리테일 부문은 기존 프리미엄 전략을 이어가되 신규 콘텐츠 개발에 더욱 힘을 줄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표방하며 2000년 한남동에 선보인 ‘고메이 494’로 유명 맛집과 고급 브랜드가 입점한 상업시설이다.
이런 점에서 젊고, 유학 생활을 통해 해외 브랜드를 자주 접했으며 요식업 경험까지 있는 김 상무의 이력은 단연 눈에 띈다. 1989년생인 김 상무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했으며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 한화그룹 면세점 사업 태스크포스를 이끈 바 있다. 2017년 퇴사 후 독일에서 한 때 라운지 바(bar)와 아시아 레스토랑을 운영한 이력도 있다. 당시 그는 개업을 위해 수개월 간 현지 음식점을 돌며 시장을 조사하는 등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파이브가이즈 전까지 한화에서 보여준 성과가 없다는 점은 모기업(한화솔루션)의 도움 없이 독자 생존해나가야 할 갤러리아는 물론, 한화의 유통 부문에 있어 당분간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