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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뷰에 가슴 뻥" 서울광장 3배 규모 송현동 부지 임시개방

■ 송현동 부지 7일 임시개방…100여년만에 시민 품으로

넓은 광장에 최소 시설물만 배치

4m 담장 1.2m로 낮춰 개방감 확보

2년간 시민참여형 문화공간 활용

2027년 이건희 기증관과 본개장

서울시 광화문광장과 연계 개발

7일 오후 개장식 겸 음악회 개최





임시 개방을 하루 앞둔 6일 촬영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서울시는 이곳을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조성해 7일부터 임시 개방한 뒤 2025년부터 '이건희 기증관'을 포함한 '송현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에 돌입한다. 성형주 기자임시 개방을 하루 앞둔 6일 촬영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서울시는 이곳을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조성해 7일부터 임시 개방한 뒤 2025년부터 '이건희 기증관'을 포함한 '송현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에 돌입한다. 성형주 기자


“서울 시내에 탁 트인 곳이 별로 없잖아요. 30년 넘게 종로구에 살면서 항상 높은 담장만 보며 이곳을 지나다녔는데 이렇게 개방된 모습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서울시가 임시 개방을 하루 앞두고 6일 언론에 공개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는 근처를 지나다 발길을 옮겨 들어온 시민들이 곳곳에 보였다. 50대 박 모(종로구 혜화동) 씨는 “송현동 부지 뒤로 보이는 북악산·인왕산과 한옥들이 한데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다”며 연신 감탄했다. 그는 “2년 뒤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들어서더라도 이렇게 탁 트인 개방감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단의 땅’이던 송현동 부지가 100년 만에 시민들의 품에 안긴다. 이날 서울시는 서울광장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송현동 부지(3만 7117㎡) 전체를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단장하고 7일 오후 5시 30분부터 일반 시민에게 임시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번 임시 개방을 통해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던 4m 높이의 장벽을 1.2m로 크게 낮췄다. 덕분에 송현동 부지에 가까이 다가가니 부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1만 ㎡의 중앙잔디광장 주변으로는 야생화 군락지가 조성됐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산책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송현동 부지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수년째 방치된 나대지였다. 조선 초기에는 경복궁을 감싸고 있어 권문세가와 왕족의 주거지였다가 일제강점기에는 매국노가 집을 짓고 살았다. 이후 식산은행 사택, 해방 후 미군 숙소, 주한미국대사관 숙소 등으로 쓰이며 우리의 아픈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1989년 삼성생명이 미국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아 미술관을 지으려다 대한항공에 소유권을 넘겼고 자금난을 겪던 대한항공이 매각을 결정해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대한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3자 매매 교환 방식으로 부지 교환이 결정됐다. 올해 7월 초 부지 소유권이 대한항공에서 LH로 변경됐으며 조만간 서울시로 넘어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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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24년 12월까지 약 2년간 임시 개방한 뒤 2025년부터 ‘이건희 기증관’을 포함한 ‘송현문화공원(가칭)’을 조성해 2027년 본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담당관 관계자는 “2년 뒤 공사를 위해 공원을 다시 닫게 되더라도 임시 개방을 결정한 것은 시민들에게 이런 공간을 빨리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다시 공사를 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재활용 가능한 보도블록을 깔았고 송현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남산에서 자라던 소나무 20여 그루를 심었다”고 말했다.

임시 개방인 만큼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기보다는 넓은 녹지광장에 최소한의 시설물만 배치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는 특히 회색빛 빌딩숲의 얼굴을 바꿀 ‘녹지생태도심’의 시작으로서 서울 도심 일대에 대규모 녹지를 확보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광화문광장과 연계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임시 개방을 통해 송현동 부지가 100년 넘게 가로막고 있던 경복궁~북촌 구간이 광장 내부로 난 지름길(보행로)을 통해 연결됐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쾌적한 보행로를 따라 걷다 보면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인사동, 북촌 골목길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서울시는 약 2년간의 임시 개방 기간에 다양한 시민 참여형 문화 예술 공간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년 5~10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최를 앞두고 있다. 올해 처음 서울에서 열린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을 이곳에서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임시 개방 이후 2025년부터는 송현동 부지를 ‘이건희 기증관’과 함께 ‘송현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현재 기본 계획안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공원이라는 통합 설계 지침을 정하고 내년 상반기 국제 현상 공모를 통해 통합 공간 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원 하부 지하 공간에는 관광버스 주차장을 포함하는 통합 주차장을 조성해 관광버스 등 불법 주차 문제를 예방한다. 서울시는 송현동 열린녹지광장의 임시 개방을 기념하기 위해 7일 오후 5시 30분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과 음악회를 겸한 ‘가을달빛송현’ 행사를 개최한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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