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이 ‘이준석 리스크’ 해소에 따라 차기 공천권을 향한 당권 레이스에 돌입했다. 당권 주자들은 자기 홍보를 하는 것은 물론 상대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며 메시지전을 벌이고 있다. 각자 유불리가 다른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1차 세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민주당의 전신인 정당의 대표를 하셨던 분”이라며 “우리 당에 사실 (입당) 잉크도 채 안 말랐다”고 말했다. 전날 안 의원이 “(선거의) 최전선이 수도권이다. 수도권은 중도 표심을 가진 유권자들이 많다”며 자신이 중도에 10년 동안 머물렀다고 강조한 발언을 직격한 것이다. 김 의원은 “10년 동안 보니까 창당·합당·탈당, 또 창당·합당·탈당 이렇게 하면서 한 8번을 반복하셨다”고도 지적했다.
김 의원이 안 의원을 신랄하게 깎아내린 것은 전날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기각과 추가 징계로 당권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가 안정을 찾으면서 차기 전당대회는 시간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또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는 당권 구도에서 이 전 대표라는 변수를 제거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기간이 1년 6개월로 늘어남에 따라 이 전 대표의 다음 당 대표 선거 출마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조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변화와 혁신! 준비된 당 대표 소신 당당 조경태’라는 슬로건을 공개하며 기세를 올렸다. 역시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듯한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저격하면서 친이준석 세력 흡수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윤리위의 징계 결정을 비판하며 “양두구육이 징계 사유라면 ‘이xx들, x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느냐”며 “권력의 하청을 받아 정적을 제거하는 데 동원된 것이냐”고 열을 올렸다.
국민의힘에서는 전당대회 시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호영 비대위는 가처분 인용으로 해체되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정진석 위원장은 차차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 위원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당내 정치 일정에 대해 비대위에서 논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정 위원장은 올해는 정기국회에서 예산·법안 처리에 집중하고 내년에 진행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 김행 비대위원도 “예산과 법안 심사를 위해 국회에서 대야 공세로부터 단일 대오를 짜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 지원과 당 안정화에 당분간은 올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정통성을 가진 지도부가 하루빨리 들어서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최대한 빨리 서두르는 것이 맞다”며 “현실적으로 하려면 12월까지 가능하기는 하다”고 했다. 11월 중순 상임위원회별 예산 심사 전후로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대선 시기 원내대표를 거치며 당심을 다져놓은 만큼 전당대회 시기를 앞당기는 게 경쟁자인 안 의원에 비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전당대회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세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비대위원들도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연내와 내년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김 의원의 우호 세력이 연내 전당대회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나머지 당권 주자 등은 이에 반발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가 지지율 회복에 성공하면 성과를 더 쌓기 위해 전당대회 시기를 늦추려 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