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현장에서]한국의 미래산업 파트너 스웨덴

■하태역 주스웨덴 한국대사

매년 6억弗 이상 벤처·창업인 지원

韓기업과 공동연구·정보 공유 활발

'북유럽 모범적 복지국가' 인식 넘어

배터리 등 기술혁신 협력 확대할 때

하태역 주스웨덴 한국대사./외교부하태역 주스웨덴 한국대사./외교부




북유럽의 모범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에도 최근 유럽 안보 정세 악화와 글로벌 경제 혼란은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 5월 스웨덴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라는 역사적 결단을 내리게 된다. 나폴레옹전쟁 이후 200여 년 이상 지켜오던 중립 및 비동맹 원칙을 공식적으로 깬 것이다. 9월 총선에서 스웨덴 국민은 지난 8년간 집권한 사민 계열 대신 우파 계열에 더 많은 지지를 보여줬다. ‘반이민’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은 처음으로 우파 계열의 제1당이 됐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런 격랑 속에서 스웨덴의 현지 상황은 생각보다 차분하다. 정부도 국민도 부산스럽지 않다. 안정된 복지 선진 국가를 지키고 가꿔가는 일상에 큰 동요가 보이지 않는다.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를 보면 스웨덴의 국가 경쟁력이 세계 4위다. 한국은 27위다. 한국 국내총생산(GDP) 3분의 1, 인구 5분의 1인 ‘작은(?) 나라’ 스웨덴이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도 세계 최상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다. 눈여겨볼 수치는 세계지식재산기구의 글로벌혁신지수다. 스웨덴이 세계 두 번째 혁신 국가라고 한다. 어려운 상황과 장애 요인에도 스웨덴 정부, 기업, 국민 모두 스웨덴이라는 안정된 복지의 ‘집’을 가꾸고 더 키우기 위해 무엇보다 ‘혁신’ 노력을 계속해서 중단 없이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스웨덴은 ‘작은 나라’가 아닌 ‘혁신 강국’이다.

스웨덴 혁신청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유니콘’이 된 스웨덴 기업 수가 36개에 이른다. 스포티파이·스카이프 등 글로벌 기업들이다. 매년 혁신 관련 정부 예산과 비슷한 규모의 기업 기여금을 합쳐 약 6억 달러 이상을 벤처기업과 창업인들에게 지원한다. 디지털과 과학 인프라 투자에는 정부보다 민간 기업이 더 자발적으로 나선다고 한다. 노조도 신기술 도입에 매우 우호적이라고 한다. 스웨덴 국민 모두 변화 추구와 수용만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국과 스웨덴 양국 관계에서 주목할 상황은 스웨덴 내 ‘한국이 최적의 혁신 파트너’라는 인식 확산이다. 스웨덴 혁신청장은 “스웨덴의 많은 혁신 관련 기업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연구 투자 규모가 세계 최상위권이며 혁신지수도 스웨덴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디지털 전환, 공공 부문 개혁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혁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환경친화적인 소비 패턴으로 바뀌고 있는 스웨덴 국민들 사이에 녹색 전환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스웨덴 내 한국산 전기차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국민이 구입한 전기차 10대 중 1대 이상이 한국산으로 타 사와 비교해 두 번째로 인기가 높다.

또한 디지털, 녹색 전환, 바이오 등 미래 첨단 기술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스웨덴의 전문가 및 기업 간 공동 연구 개발과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8월 스톡홀름에서 한국·스웨덴·핀란드 3개국 전문가와 스웨덴의 에릭슨, 한국의 삼성 관계자들이 참석한 ‘6세대(6G) 이동통신 포럼’이 개최돼 이동 통신의 새로운 플랫폼인 6G 표준화와 상용화에 관해 토론했다. 미래를 함께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웨덴 현장에서는 또 다른 미래 산업인 전기 배터리 생산 관련 양국 기업 간 파트너 참여, 현지 생산 공장 설립 등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양국 간 협력 사업이 실현되고 있다. 스웨덴의 대표적 유니콘 기업으로 유럽 내 자동차 전기 배터리 기업 중 가장 큰 투자액과 생산 규모를 가진 노스볼트사의 ‘기가팩토리’에 5~6개 한국 중견 기업들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스웨덴 현지 생산 라인에 한국의 기술과 기계들이 직접 투입되고 있다. 올해 내 스웨덴 북부 지역에 한국 중견 기업의 배터리 ‘소재’ 생산 공장이 완공될 계획이다. 스웨덴 내 한국 생산 공장 투자 진출의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이제 스웨덴은 안정된 복지 선진 국가를 지키고 가꿔 나가는 데 미래 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과 현지 투자를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도 스웨덴에 대해 북유럽 모범 복지국가라는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혁신 파트너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스웨덴 양국이 혁신 파트너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미래를 열어갈 시간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