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메타서 플로리다까지 'K아트 전도사' 황란

■현대미술가 황란

실·핀·단추로 한국전통미 표현

메타 본사·플라자 호텔 등 걸려

두바이 왕족들도 반해 작품 소장

美 대표 베이커뮤지엄서 개인전

미국 뉴욕 멘해튼의 메타 사옥 내 설치된 황란의 작품. 독수리의 머리와 봉황의 꼬리를 형상화 했다. /사진제공=황란스튜디오미국 뉴욕 멘해튼의 메타 사옥 내 설치된 황란의 작품. 독수리의 머리와 봉황의 꼬리를 형상화 했다. /사진제공=황란스튜디오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했던 지난해 가을. 미국의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옛 페이스북)은 9·11테러의 아픔을 기리던 날 뉴욕 본사에 영구 설치한 작품 한 점을 공개했다. 진홍색 부리가 날렵한 독수리가 푸르고 큰 날개를 활짝 편 채, 영롱한 색채의 봉황 꼬리를 흔들며 날아오른 형상이었다.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독수리와 한국의 상서로운 동물 봉황이 결합된 것이라 의미도 남달랐다. 폭은 10.8m로 벽 하나를 가득 채웠고 높이는 성인 키 두 배인 3.8m였다. 이 작품을 위해 엄지손가락 반 만한 핀 수천 개가 박혔고, 온 몸에 뻗은 핏줄처럼 수만 가닥의 색실이 핀을 감으며 선을 드리웠다.

SNS로 먼저 공개된 한국인 미술가 황란(62·사진)의 이 작품은 코로나19로 격리가 일상이던 사람들에게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점처럼 박힌 핀 하나하나가 실로 연결되고 이것이 이루는 조화로운 형태는 따로 떨어져 있지만 어떻게든 연결되는 ‘우리’의 공동체성을 일깨웠다.

설치미술가 황란 /파주=오승현기자설치미술가 황란 /파주=오승현기자



주인공인 작가 황란이 이번에는 미국 플로리다주를 대표하는 미술관 베이커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연다. 허리케인 이안의 여파로 잠시 문을 닫았다 11일(현지시간) 재개관하는 베이커 뮤지엄은 오는 22일부터 ‘비커밍 어게인(Becoming Again)’이라는 제목의 황란 개인전을 내년 1월 8일까지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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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에 앞서 7일 경기도 파주의 작업실에서 만난 황 작가는 “궁중대례복에 기원을 두고 있어 평민은 일생 단 한 번 혼례복으로만 입을 수 있는 전통 복식과 관련된 미디어 작품, 한국 건축미의 상징인 기와를 나만의 상상력과 결합시킨 대표작과 매화 연작 등 주요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작가 황란은 단추와 실, 핀 등을 재료 삼아 한국의 전통미와 자연을 재해석 한다. /파주=오승현기자작가 황란은 단추와 실, 핀 등을 재료 삼아 한국의 전통미와 자연을 재해석 한다. /파주=오승현기자


서예가이던 부친, 어린 시절 살았던 집 근처 사찰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지만 황란의 작가 데뷔는 늦깎이였다. 1997년 뉴욕으로 가서 자수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일하고 남은 여분의 재료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실·핀·단추를 다루게 된 이유다. 예술가에게 재료는 제 몸 일부와도 같다. 특히 ‘단추’는 황란의 분신과도 같다. 단추는 실과 바늘을 매개로 뚫어야 붙을 수 있는 숙명적 존재다. 고통과 아름다움이 역설적으로 공존하는 것. 게다가 볼록 솟은 입체감과 달랑거리는 움직임도 갖는다.

주제는 한국 전통미에서 가져왔다. 서울 궁궐의 기와를 차용하되 처마끝이 날개처럼 하늘로 치솟은 작품들은 뉴욕브루클린미술관·휴스턴미술관 등지에 영구 소장됐다. 국내에서는 광화문 포시즌즈호텔 서울 1층 로비에서 만날 수 있다.

황 작가는 “중국이나 일본도 기와 지붕이 있지만 엄연한 한국 기와에 작가적 상상을 가미한 것”이라며 “화려하고 아름답다고만 여기는 매화 연작도 사실은 빛을 가려 어둠을 드리우는 거미줄과의 공존을 통해 찬란함의 궁극적 가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셈”이라며 “전통미를 소재로 한 작품에 걸맞게 단추는 한지를 여러 겹 압축한 특수 재료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미술가 황란 /파주=오승현기자현대미술가 황란 /파주=오승현기자


국경없이 활동하는 황 작가는 ‘K아트’의 선봉장이라 불릴 만하다. 2015년 파리 유네스코본부 개인전에서는 한글 자모를 형상화 한 재료를 핀으로 하나하나 박아 개선문과 에펠탑을 제작해 문화 간 조화를 보여줬다. 중국 난징의 미술관과 선전·정저우의 호텔, 두바이 오페라 하우스, 뉴욕대 의대와 플라자호텔 등지에서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 왕족부터 미국 휘트니미술관 이사회 의장 등이 개인 소장가다.


파주=조상인 미술전문기자·사진=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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