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대표 재건축단지이자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압구정현대’의 최근 평당(3.3㎡) 매매 가격 1억 원이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금리 인상에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강남 불패’ 신화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10일 압구정동 일대 복수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압구정현대6차 전용면적 144.7㎡(공급면적 48평)이 최근 46억 5000만 원(6층)에 거래됐다. 올해 2월 동일 평형 신고가였던 49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 떨어진 가격으로 평당 매매 가격은 9687만 원이다. 해당 매물은 당초 집주인이 51억 원에 내놓았으나 거래가 되지 않자 48억 원으로 낮춘 후 매수자 측이 흥정해 결국 46억 5000만 원에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 압구정현대에서 평당 1억 원이 무너진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다.
압구정현대는 금리 인상과 다주택자 매물 출회로 전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와중에도 대표적인 ‘똘똘한 한 채’로 꼽히며 올 들어 모든 단지에서 중개 거래된 18건이 평당 1억 원을 넘겼다. 8월에는 압구정현대3차 전용 82㎡(33평)가 3개월 전 거래보다 무려 6억 원 뛴 42억 원(7층)에 신고가 거래되기도 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번 거래를 강남 매도인들이 호가를 내리기 시작한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압구정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 씨는 “강남 집값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좀처럼 호가를 떨어뜨리지 않던 집주인들마저 급한 순서로 호가를 내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12일 다시 한번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강남불패 신화가 더욱 위협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으로 서울 외곽에서 시작된 가격 조정이 송파구를 거쳐 강남 중심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금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강남 초고가 단지라도 ‘나 홀로 상승’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