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인간이 즐기는 스포츠 중 볼을 가장 멀리 날리는 게임이다. 프로 골퍼들은 300야드 안팎, 롱 드라이브 챔피언십에 나서는 초장타자의 경우에는 400야드까지도 가능하다. 골프볼이 멀리, 똑바로 날아갈 수 있는 건 독특한 디자인 덕분이다. 바로 작은 분화구, 곰보 자국, 보조개 등으로 불리는 딤플(dimple)이 있어서다.
딤플은 어떤 역할을 할까. 비행 중인 볼에는 크게 2가지의 저항이 생긴다. 볼의 앞뒤 압력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형상 저항(form drag)과 공기와의 접촉으로 인해 생기는 마찰 저항이다. 스포츠카나 비행기를 유선형으로 제작하는 것도 이러한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둥근 형태의 골프볼은 상대적으로 저항을 크게 받는다. 마찰 저항은 볼 앞 쪽에, 형상 저항은 볼 뒤에서 작용한다. 뒤에 형상 저항이 발생하는 건 볼 앞뒤의 공기 흐름 속도가 달라서다. 볼의 표면을 흐르는 공기는 볼의 중간 이후부터 속도가 급격히 준다. 이로 인해 볼 뒤의 압력이 현저하게 낮아지면서 뒤쪽으로 당기는 힘(저항)이 발생하는 것이다.
딤플은 형상 저항을 크게 줄인다. 공기는 오목하게 패인 딤플을 지나면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는데, 이 소용돌이 덕분에 뒤쪽의 공기 흐름이 한층 원활해진다. 표면을 무조건 거칠게 한다고 해서 저항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딤플의 지름과 깊이, 공기 흐름의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딤플의 또 다른 역할은 양력(위로 향하는 힘) 발생이다. 모든 날아가는 물체의 양력은 중력보다 크다. 골프볼을 클럽으로 때리면 뒤로 회전(백스핀)한다. 볼 아랫부분의 회전은 진행방향과 반대지만 위쪽 회전은 진행방향과 같다. 아래에는 고기압, 위에는 저기압이 생기면서 양력이 생기는 것이다. 평균 깊이가 0.254mm에 불과한 딤플은 전체 양력의 50%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딤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볼에는 저항이 크게 발생하고, 양력은 적기 때문에 낮은 탄도로 날아가다 갑자기 힘을 잃고 뚝 떨어지는 ‘너클볼’ 비행을 하게 된다. 딤플은 모두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 개의 볼에도 직경과 깊이가 다른 몇 종류의 딤플이 일정한 패턴으로 배열돼 있다. 1개의 볼에 있는 딤플 수는 대략 300~400개다. 한때 무려 1070개의 딤플이 있는 볼(딤플릿 1070)이 출시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딤플이 많다고 해서 볼의 성능이 뛰어난 건 아니다.
딤플이 볼 표면에서 차지하는 비율(딤플 커버리지)은 75~80%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육각 딤플 볼을 내놓고 있는 캘러웨이는 딤플 커버리지가 100%에 달한다고 말한다. 캘러웨이는 “다른 회사들은 둥근 딤플을 사용하기 때문에 볼 전체를 커버할 수 없다”며 “딤플 커버리지가 높을수록 볼의 성능은 좋아진다”고 주장한다. 캘러웨이는 또한 “다른 회사들의 딤플은 음각으로 파낸 디자인이지만 우리는 둥근 볼에 육각 그물망을 씌운 형태”라고 한다.
딤플 배열 방식도 업체마다 다르다. 8면체, 12면체, 20면체 등으로 구면(球面)을 나눠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타이틀리스트의 경우에는 1973년 정20면체 구조의 공을 제작한 이후 28년간 이를 유지하다 2011년부터 정4면체 24조각을 이용한 구조로 변경했다.
골프볼은 직경 42.67mm에 무게는 45.93g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첨단 과학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