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대리·과장부터 임원까지 '3조' 채용 시장 노리는 리멤버[인더뷰]






미국 비즈니스 문화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앱이 있다. 각자의 비지니스 프로필을 기재해 인맥을 형성하고 그를 기반으로 구인·구직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인 링크드인이 그것이다. 2021년 기준 7억 명의 회원을 보유한 링크드인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선 대중적인 비즈니스 앱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국내 정서상 이직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듯한 모습을 공공연하게 보여주는 것이 꺼려지는 탓이다. 경력직 이직 등이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직 과정은 기존의 회사 사람들이 모르도록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뤄졌다. 이런 국내외의 정서 차이에서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기회를 봤다. 국내 비즈니스 정서에 맞춘 한국판 링크드인을 만들어 헤드헌팅을 통해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던 국내 경력직 채용 시장을 플랫폼화 하겠다는 것이 그의 비전이었다.

지난 2014년 최재호 대표는 명함 관리 앱 리멤버를 출시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상 만난 사람들과 주고 받은 명함을 앱에 보기 좋게 정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던 당시의 리멤버는 링크드인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지난 8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드라마앤컴퍼니 사무실에서 어썸머니 인더뷰(In the view) 팀과 인터뷰한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명함 관리 서비스를 통해서 저희가 이루고자 하는 비전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두보’ 명함 관리 앱을 위해


최 대표에게 명함 관리 서비스는 구인·구직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교두보였다. 명함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직장인들을 모으고 그들의 데이터를 확보하면 국내에서 채용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때문에 출시 초기 리멤버의 최우선 과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양의 명함을 정확하게 앱에 등록하는 것이었다.

초기 이용자를 사로잡기 위해 리멤버는 OCR(광학식 문자 판독 장치)로 명함을 인식하기 보다 타이피스트를 고용해 수기로 명함을 읽고, 등록했다. 명함 인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명함을 찍어서 앱에 등록하는 것조차 귀찮은 이용자를 위해서 리멤버 측으로 명함을 보내면 대신해서 앱에 등록시켜주기도 했다. 시간이나 인건비 등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작업이었지만 이용자를 앱에 붙잡아두기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


명함 앱 아닌 ‘직장인 플랫폼’으로써의 리멤버와 수익화 전략


리멤버는 명함 관리 서비스를 통해 3억 장 가량의 명함과 350만명의 누적 이용자를 모았다. 그만큼 쌓인 직장인들의 상세한 비즈니스 프로필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2019년 경력직 스카웃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달 리멤버의 경력직 스카웃을 통해 이루어진 이직 제안은 누적 300만 건을 돌파했다. ‘한국판 링크드인’에 가까워진 셈이지만 리멤버의 최종 목표는 구인·구직 플랫폼이 아니다.

최 대표는 “기본적으로 직장인 개인 회원분들을 많이 모아놓는 서비스로 하나의 플랫폼의 기반을 만들어 놓고 그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해서 수익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을 모으는 첫 번째 도구가 명함 서비스였던 셈이고, 두 번째 도구가 커리어(구인·구직) 서비스였다. 최근에는 동종 업계 사람들끼리 지식 소통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직장인들을 위한 시사 콘텐츠도 서비스해 직장인 회원들이 리멤버라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절대 시간 자체를 늘렸다.

이를 바탕으로 리멤버는 다양하게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절대적인 이용자 수 뿐만 아니라 자신의 비즈니스 프로필을 업로드한 정확하고 상세한 이용자 데이터를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업 고객에게 채용 솔루션을 비롯해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수익 모델은 리서치 솔루션이다. 리멤버의 직장인 회원은 다른 플랫폼의 가입자와 달리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에서 착안해 특정 분야의 인사이트가 필요한 기업에 리서치 솔루션을 제공한다.


신입부터 ‘임원급’ 경력까지, 3조 시장 노린다


다양한 수익 모델을 구축했지만 드라마앤컴퍼니가 현재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은 단연 채용 서비스다. 드라마앤컴퍼니는 올해 ‘자소설닷컴’, ‘슈퍼루키’ 등 신입 채용 플랫폼을 인수했다. 최 대표는 “신입 채용 지원자들이 지금 당장은 신입 채용에만 지원하지만 곧 경력 채용 시장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미래의 경력직 채용 서비스의 고객이 될 지원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넓은 의미의 채용 플랫폼 사용자를 ‘입도선매’ 하겠다는 취지다.

최 대표는 “신입들을 공개 채용으로 뽑던 것에서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넘어가는 것이 국내 채용 시장의 메가트렌드”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채용공고를 게시해 놓는 형태의 채용 플랫폼보다는 기업의 인사팀이 직접 원하는 인재에 스카웃을 제안하는 방식의 플랫폼이 적합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

기존의 잡포털들은 신입 채용과 저연차 경력직 채용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최 대표는 “오히려 그 시장을 다 합친 것보다도 규모가 큰 것이 5년차 이상의 경력직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경력직 채용은 지금까지 개인이나 업체가 인맥을 활용해 구인·구직하는 헤드헌팅으로 이루어지는 시장이었다. 헤드헌팅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 규모를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는데 이를 플랫폼으로 옮겨 채용할 때 조 단위 이상의 시장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는 것이 기존의 헤드헌팅 시스템 상에서는 어렵지만 플랫폼 상에서 인재 풀을 확보해놓을 경우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특히 최 대표가 주목하는 타깃은 임원급 고연차의 경력직이다. 대기업 임원의 경우 대부분이 계약직 형태로 채용되는데 그탓에 임원급 경력직 역시 주니어 못지 않게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경우가 많다. 최 대표는 “아직 플랫폼화 되지 않은 경력직 시장을 플랫폼으로 만든다면 한국에서 리멤버가 3조 이상의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며 “아직까지 이를 제대로 풀고 있는 서비스는 리멤버가 유일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현정 기자·서지혜 기자·김도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