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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기보다 나은데?" 템페 샌드위치 맛은 [지구용]





영화 <카모메 식당> 아세요? 헬싱키 길모퉁이에 자리한 조그만 일식당을 야무진 주인장이 운영하는 이야기인데요. 소박하지만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반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최근 서촌 끝자락을 걷다가 비슷한 분위기의 비건 식당을 발견했어요. 발효카페 ‘큔’이 바로 그 곳.

쿰쿰X 끈적X 신비한 발효 세계




큔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균, 즉 발효를 기반으로 담백하고 속이 편안한 음식과 음료를 선보이는 곳이에요. 메인 재료는 전국 방방곡곡의 농부들로부터 공수한 신선한 채소로, 감칠맛은 큔이 직접 만든 마법의 발효 소스로 내고 있어요.

사실 발효라 하면 끈적하고 쿰쿰하고 청국장과 낫또가 떠오르기 마련인데요. 큔의 발효 소스들은 소금, 버터, 토마토 페이스트, 매실 등 매우 다양해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어요.

특히 여러 재료를 발효시켜 만들다 보니 소금도 고체 가루나 알갱이가 아닌 소스의 질감이라 신기했어요. 사진 속 영귤 소금은 제주 진덕진 농부의 유기농 영귤을 껍질째 갈아 소금에 절인 시트러스 발효 조미료에요. 은은한 영귤 향이 요리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 준다고.

맛이...전통적인데 트렌디해




그럼 이제 맛을 봐야죠. 큔의 명실상부 대표 메뉴는 ‘구운채소와 비건발효버터 커리(사진)’에요. 동물성 재료가 첨가되지 않은 비건발효버터와 두유 요거트, 채수(채소 우린 물) 등이 들어간 토마토 베이스 커리에 6가지 제철 채소, 템페 등을 구워 올린 음식이죠. 토마토 맛이 강한 커리는 묽은 질감으로 스프처럼 막 퍼먹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졌어요. 약간 매콤해서 슴슴한 채소와 템페랑도 찰떡.

템페는 지구용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인데요. 식감은 마치 꾸덕한 크림 치즈케이크 같았어요. 냄새도 없고 끈적임도 없고 고소하고 부드러울 뿐... 템페 초면이었던 에디터는 정말 맛있어서 놀랐어요. 앞으로는 콩고기 말고 템페 드세요.



샌드위치는 제철 채소 2종을 넣고 바냐카우다 소스를 발라 나왔는데요(사진). 이날의 채소는 애호박과 감자였어요. 살짝 데쳐 넣은 채소의 무른 식감이 바삭한 빵과 잘 어우러져서 또 한번 감탄. 이름부터 생소한 바냐카우다 소스는 마늘, 올리브 오일, 두유, 시오코우지(누룩소금)로 만든 발효 소스인데요. 감칠맛이 장난이 아니라 이런 구운 채소와 궁합이 너무 좋았어요. 또 하나 여기 식빵 토스팅이 기가 막혀서... 알고 보니 이 빵 자체도 빵지순례지로 유명한 오월의 종에서 공수한 거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등장한 제철 채소 플레이트(사진)는 멋드러진 비주얼로 눈부터 즐거웠는데요. 오븐에 구운 가지에 허브 빵가루가 얹어서 나왔는데, 다들 아시죠? 가지의 진가는 불에 익혔을 때라는 것...(가지 요리 매우 좋아하는 편) 게다가 토마토 소스에는 찰수수 알갱이가 씹히는 재미까지. 에디터 세 명 중 한 명은 이 소스에 중독돼 베스트 메뉴로 꼽았어요.

채소에 진심인 사람




큔을 만든 김수향 대표님은 농부시장 마르쉐의 공동 기획자이자 카페 수카라 대표 출신이에요. 범상치 않았던 식당의 아우라가 이제야 납득됐다는. 김 대표님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게 아니라 채소가 정말 진심으로 맛있어서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고 해요. 인터뷰에 나온 말을 빌리자면 “농부가 정성 들여 키운 채소를 밭에서 막 뽑아 먹은 순간, 반해버렸다”고.

그래서인지 채소에 진심, 발효에 진심이세요. 메뉴에 쓰인 발효 소스들을 구매할 수 있게 판매도 하시고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부터는 매장 앞에서 채소 가게도 열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고양 찬우물농장에서 오신 농부님이 호박잎, 공심채, 솎은 무 등을 선보였고 이번주 수요일에는 양평 자란다팜 농부님이 채소를 들고 와 매대를 꾸릴 예정이에요. 혹시 큔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수요일에 가서 채소 가게도 한번 둘러보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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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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