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11월 25일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가 세계 평화와 국제 협력 증진 기금 창설을 위해 10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침 그날은 그의 일흔다섯 번째 생일이었다. 카네기는 찰스 엘리엇 당시 하버드대 총장 등 28명으로 이사진을 꾸린 뒤 12월 14일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설립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카네기는 “우리 문명의 최대 오점인 세계 전쟁을 막는 데 기부금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카네기는 이 밖에도 카네기교육진흥재단 등 다양한 공익 재단을 만들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창립 이후 국제 문제를 연구·분석해 발굴한 정책 아이디어를 미국 정부에 제공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지금은 브루킹스연구소·헤리티지재단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힌다. 1970년부터 격월간 잡지 ‘포린폴리시’도 발간하고 있다. 이 잡지는 미국외교협회가 출간하는 ‘포린어페어스’와 함께 외교안보 전문지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재단 본부는 뉴욕에 있다가 1971년 워싱턴DC로 옮겼다.
이 재단은 2007년 ‘국제적 이슈를 다루는 미국 내 싱크탱크’에서 ‘세계화된 싱크탱크’로 변신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후 연구 인력을 150여 명으로 늘리고 연구 프로그램도 대폭 보강했다. 중동(베이루트)·중국(베이징)·유럽(브뤼셀)·인도(뉴델리)센터 등 글로벌 지역 센터를 잇달아 설치했다. 현재 글로벌 정책, 중국, 유럽과 러시아, 기타 등 크게 네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국 프로그램은 미국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 자료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소속 핵 정책 전문가인 앙킷 판다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고집하는 것은 웃음거리가 됐다”며 “이미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서) 이겼다”고 지적했다.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노력이 실패하고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상황이 엄중한데도 우리 정치권은 ‘친일 국방’ 논쟁 등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전 정부의 대북 정책 과오와 실패를 되돌아보면서 북핵에 맞설 실질적 대응 능력을 키울 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