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원들과 점심 식사 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젊은 직원들과의 만남이라 각별한 마음을 쓰고 있었는데 마침 MZ세대 감성에 딱 맞는 좋은 식당이 있다기에 예약을 맡겼다. 그런데 보통 가던 음식점 쪽이 아닌 회사 근처의 유명 백화점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잘나가는 맛집은 모두 백화점에 모여 있다고 한다.
백화점들이 푸드코트를 전면 리뉴얼(renewal·새단장)해 전국의 유명 맛집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핫플레이스를 한데 모아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의 발길을 붙잡는 것이다. 그리고 맛집을 찾아온 고객들은 백화점에 온 김에 필요한 물건도 구매한다. 이는 백화점 전체 실적으로 이어진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두고 ‘분수 효과’라고 한다. 백화점에 일단 발을 들여놓은 고객들은 그 후 분수처럼 모든 층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도 분수 효과를 이용해 크게 성공한 케이스가 있다. 바로 나스닥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견줘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투자 매력이 넘친다. 이런 나스닥도 과거에는 그저 2부 시장에 불과했다. 만년 2등 이미지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름난 기업들로 구성된 선두 그룹을 만들고 이들이 나스닥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게 했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가 그것이다. 테슬라·알파벳·아마존과 같이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기업들이 간판 역할을 맡았다. 이로써 나스닥은 기술과 혁신의 상징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미국에 나스닥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코스닥이 있다. 바이오·AI·문화콘텐츠 등 첨단산업을 품고 있는 혁신 시장으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스피 2부 리그라는 꼬리표는 아직 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코스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코스닥도 리뉴얼에 나서기로 했다. 1500여 개 상장기업 중에서 경영 실적이나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기업을 모아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만들 계획이다. 기본 콘셉트는 나스닥과 유사하다. 시장을 대표하는 종목들을 모아 코스닥 플래그십 브랜드를 꾸리는 것이다. 마치 백화점 내 유명 식당을 모아 ‘맛집의 성지’로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그먼트 편입을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향후 이에 걸맞은 혜택도 줄 예정이다. 세그먼트에 편입된 기업들은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고 비편입 종목들도 분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백화점처럼 코스닥도 다양한 투자 취향을 만족시키는 차별화된 ‘투자 맛집’이 필요하다. 곧 도입될 세그먼트가 그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한다. ‘코스닥’이라는 깃발 아래 혁신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날까지 우리 거래소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