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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큰 손' SM그룹, HMM 노리다 5000억 손실 [시그널]

1조 투자해 지분 6% 확보했지만

해운 시황 주저앉으며 반토막으로

HMM인수 난항속 금융사에도 눈독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관건

HMM 함부르크호. 사진 제공=HMMHMM 함부르크호. 사진 제공=HMM




부실 기업들을 인수하며 성장해온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1조 원 가까이 HMM(011200)에 투자하며 잠재 인수 후보자로 입지를 강화하려 했으나 증시 침체와 해운지수 추락 등으로 5000억 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M그룹은 여전히 HMM 인수에 관심을 피력하며 이를 위한 고리로 금융회사 인수까지 넘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이 HMM 인수를 겨냥해 사 모았던 지분 6.29%의 가치가 4개월 만에 약 1조 원에서 5475억 원으로 급락했다. 공시 등을 종합한 결과 SM그룹은 HMM의 지분 6.29%를 보유한 3대 주주다.

SM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M상선이 HMM 지분 4.0%를 사들였고 대한상선(0.48%), SM하이플러스(0.42%), 우방(0.22%)등 12개 SM그룹 계열사들도 지분 매수에 참여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도 HMM 지분 0.26%를 매입했으며 경영 승계 과정에 있는 우기원 SM우방 전무도 HMM 지분을 들고 있다.



하지만 6월 초 3만 1000원을 웃돌기도 한 HMM 주가는 해운 시황이 가라앉으면서 급락해 12일 1만 7800원으로 마감해 SM그룹의 투자 손실이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HMM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이 보유한 2조 7000억 원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SM그룹의 지분율은 3%대로 줄어들고 추가 주가 하락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SM그룹은 HMM 주식 매입은 단순 투자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사세를 키운 원동력인 해운업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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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은 산은(20.69%), 해양진흥공사(19.96%), 신용보증기금(5.02%) 등 공기업이 경영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HMM의 민영화 완료 시기를 2025년 말로 예상하면서 2024년까지 HMM 경영지원단을 우선 감축할 계획임을 피력했다.

SM그룹은 당장 HMM 인수가 쉽지 않은 만큼 5% 이상 투자가로서 SM상선과 HMM 간 중복되는 미주 서부 노선 등의 경쟁을 효율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자산운용사나 보험사 등의 인수에 나서 해운업 투자를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는 MG손해보험이나 KDB생명에 SM그룹이 인수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SM 측은 금융계 인사들도 꾸준히 영입해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낸 김병기 전 SM신용정보 대표가 지금도 고문 격으로 그룹의 금융업 진출을 자문하고 있다. 금융업의 전초기지인 SM신용정보 대표는 이동수 전 광주은행 부행장이 맡고 있다. SM신용정보는 금융업에 포함되지는 않으나 채권 추심과 신용조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SM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그룹의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금융회사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수 대상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고 금리도 급격히 상승해 SM그룹의 구상이 실현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M그룹은 지난해 11월 SM상선의 상장을 철회하며 추가 자금 확보 기회를 놓쳤고 그룹 사상 최고액을 베팅한 HMM의 주가마저 급락해 재무 구조 개선에 적잖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 금융회사 인수 역시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까다롭고, 보험사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자산운용 과정에서 각종 투자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SM그룹 관계자는 “제조업 등 일반업종 이외에 금융회사 인수는 당장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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