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올해만 신흥국 14곳 채무불이행 위험…IMF "최악 오지도 않았다"

■금리인상發 침체 경고 확산

신흥국 달러 채무 부담 급증 속

가나 등 구제금융 요청 잇따라

美 침체지수, 팬데믹 후 최고치

유럽 에너지난 내년 악화 전망

엔화마저 달러당 146엔 넘어서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제 전망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제 전망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2023년이 경기 침체로 느껴질 것이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가 폭풍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면서 신흥국 정책 당국자들에게 충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물가 상승, 중국의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를 심각한 침체의 위험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린차스 수석은 11일(연차총회)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열린 경제 전망 브리핑에서 “세계 최대 3개 경제권인 미국·중국·유로존이 계속 정체할 것”이라면서 내년 경기 침체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앞서 IMF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수정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고린차스 수석은 통화 긴축(미국), 부동산 가격 조정 및 코로나19 봉쇄(중국), 에너지 위기(유럽)를 각각의 경제권이 갖고 있는 취약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시장 충격은 광범위하고 영속적인 것”이라면서 “(유럽은) 올겨울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겠지만 2023년 겨울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IMF는 이날 발표한 ‘글로벌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도 인플레이션과 무질서한 긴축 등의 여파로 신흥 시장의 부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이 재정 부채를 늘린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달러 채무 부담이 급증한 탓이다. 여파는 이미 가시화됐다. 5월 스리랑카가 역사상 첫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데 이어 최근 몇 달간 이집트와 파키스탄·가나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IMF의 자금 지원을 받은 국가는 93개국 2580억 달러(370조 원)에 달한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지원을 약속한 규모도 16개국 총 900억 달러(약 130조 원)로 집계됐다. IMF가 구제 금융을 결정한 뒤 실제로 집행한 대출 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1350억 달러(약 194조 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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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글로벌레이팅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러시아와 스리랑카·벨로루시·우크라이나 등 4개국이 채무를 불이행했으며 아르헨티나와 레바논·가나·수리남·잠비아·에티오피아·부르키나파소·콩고·모잠비크·엘살바도르 등 10개국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평가하는 94개의 신흥국 국채 펀드 중 4분의1 이상이 고위험 투자인 ‘B-’ 이하라고 말했다. IMF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시장 취약성과 꽉 조인 유동성, 인플레이션, 이에 맞서는 전 세계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결합해 불안정하고 위험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의 환율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달러당 146.23엔까지 치솟으며 24년 만에 최고(엔화 가치 하락)를 기록했다. 일본 당국이 지난달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140엔대 초반까지 하락한 환율은 다시 상승해 146엔을 돌파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으로 미국 안팎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앞으로 2~3년간 경제 성장이 추세 이하로 떨어지는 동안 어떤 충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역시 전날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학회 연설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고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글로벌 리스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이른바 ‘과잉 긴축’ 리스크는 물론 글로벌 경제 불안까지 더해져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월가에서도 연준의 과잉 긴축이 경기 침체의 근본 원인이 될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알리안츠의 최고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연준이 긴축을 과도하게 사용할 것이고 연준은 이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모른다”며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그것이 지금 이 상황의 비극”이라고 강도 높게 연준을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파괴적인 침체를 완전히 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높은 확률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추산하는 미국 경기 침체 전망 지수는 지난달 50.54를 기록해 2008년 이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발발 직전이었던 2008년 9월 51.0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는 7월 5일 뒤집힌 후 3개월 넘게 역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시나리오의 우선순위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이라며 “우리는 내년 상반기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뉴욕=김흥록 특파원·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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