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이 배희준(사진) 신경과 교수 등이 참여한 대규모 국제 연구팀이 뇌졸중 발생과 연관된 새로운 유전 변이 연구 결과를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뇌졸중유전체컨소시엄(ISGC)이 진행하는 ‘기가스트로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연구진은 270만 명 이상의 전장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89개의 유전 변이를 발굴했다. 2018년 52만여 명을 연구한 ‘메가스트로크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유전 변이보다 67개가 많다.
연구진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중유전자위험점수(PRS)’를 개선했다. 유럽인 중심의 구성에 동아시아를 비롯한 다인종의 유전체 데이터가 반영돼 뇌졸중 발병 예측 능력이 93% 향상됐다. 연구진은 유전체 정보가 뇌졸중의 예방과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뇌졸중의 치료를 위한 타깃 약물 6개를 식별했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에 유전적 근거를 제공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가 처음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국내 17개 병원과 국립보건원 공동 연구팀이 수집한 뇌졸중 환자 1120명의 유전체와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 사업으로 수집한 정상인 7만 7583명의 유전체를 국립보건원이 자체 개발한 ‘한국인 칩’을 이용해 분석한 정보가 활용됐다. 배 교수는 10만 명이 넘는 뇌졸중 환자를 등록해 다양한 유전체의 임상·영상 정보를 수집·분석했다. 올 2월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심장뇌졸중학회로부터 ‘데이비드G셔먼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은 바 있다. 배 교수는 “기존 연구는 유럽인을 대상으로 해 동아시아인에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프로젝트에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가 반영된 만큼 앞으로 한국인에 특화된 뇌졸중 유전 변이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