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월북 몰이’ 위해 자료 106건 삭제한 반인륜 범죄 의혹


문재인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짜맞추기식으로 ‘월북’으로 단정하고 여러 증거를 은폐·왜곡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고(故) 이대준 씨의 월북으로 가닥을 잡고 국방부 등에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라는 방침까지 내려보냈다. 감사원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5개 기관 20명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이 씨의 피살 및 청와대 심야 회의 직후인 새벽에 담당자들을 불러내 내부 첩보 106건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망에서 첩보 60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국정원도 관련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없앴다. 또 안보실은 ‘선박 CCTV에서 신발 발견, 지방에서 (가정불화) 혼자 거주 등 두 가지 팩트를 기자단에 알려주라’는 지침까지 내려 월북 몰이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해양경찰청장은 이 씨가 한자(漢字)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나는 (보고서를) 안 본 걸로 한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 씨가 실종된 뒤 중국 어선에 먼저 발견된 정황을 확보했는데도 월북과 배치되는 증거라 숨긴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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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의 최고 책무라는 사실을 망각한 ‘반인륜적인 범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구조하기 위한 조치를 내리기는커녕 증거를 은폐하고 월북으로 몰아붙여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은 “꿰맞추기 감사”라며 적반하장식 생떼를 쓸 게 아니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선량한 국민이 희생되는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진실을 파헤치고 책임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도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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