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피살 공무원 이대준 씨와 관련한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로 정치권이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발칵 뒤집혔습니다. 감사원은 13일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해 문재인 정부가 사실관계를 취사 선택하고 증거를 조직적 은폐해 이 씨의 자진 월북을 단정했다고 사실상 결론을 내렸습니다.
감사원은 사건 당시 5개 기관 소속 20명에 대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대상자에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문재인 정부 외교·국방 핵심 라인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감사원 “위기관리 컨트롤타워 작동 안해”
특히 감사원은 사건 당시 국가안보실이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지 못했고 국방부와 통일부·해경은 매뉴얼에 따른 위기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안보실은 이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을 당시 이미 실종 후 약 38시간이나 지나 구조 조치가 시급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다음날까지 상황평가회의 조차 열지 않았습니다.
감사원은 국방부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가 발견된 정황을 처음 보고 받은 뒤에도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대신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군에서 대응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통일부는 송환 노력도 없이 국정원으로부터 추가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뒤 상황을 종료해버렸고, 해경도 안보실로부터 ‘정보가 보안 사항’이라는 전달을 받자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감사원 ‘조직적 월북몰이’와 ‘증거 은폐’ 판단
감사원은 위기 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지만 ‘자진 월북’ 단정은 신속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 내용을 보면,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씨가 북에 월북 의사를 나타냈다는 첩보가 공유됐다고 합니다. 이를 근거로 안보실이 ‘자진 월북’을 뼈대로 하는 종합분석 결과 작성을 국방부에 지시하고 이때부터 이 씨의 월북이 굳어졌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특히 감사원은 △당시 해경 조사에서 구명조끼 수량에 이상이 없었고 △CCTV는 고장난 상태인 데다 슬리퍼 소유자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국방부 자료에는 CCTV사각지대가 있다는 내용이 없고 △어업지도선에서 부유물로 쓸 수 있는 물체가 분실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사실을 당시 국방부와 해경이 무시했다는 겁니다.
또 이 씨의 월북 첩보가 공유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던 2020년 9월23일 새벽에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60건)가 삭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감사원은 “밈스 운용을 담당하던 실무자가 퇴근했음에도 새벽에 다시 사무실로 나오게 해 삭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文 직접 겨냥은 피한 감사원
감사원은 국방부의 경우 종합분석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월북 의도가 낮은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감사원은 이 씨에 대한 심리 분석도 ‘임의 짜깁기’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해경이 국내에서 유통·판매되지 않는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를 이 씨가 입었다’는 점을 확인했는데도 발표 내용에 반영하지 않아 증거를 은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고발이나 수사의뢰는 ‘일단’ 피한 감사원은 감사결과 두 차례 문 전 대통령을 언급합니다. 감사원은 당시 안보실이 문 전 대통령에게 올라갈 ‘국가안보일일상황보고서’에 이 씨의 피살·소각 사실까지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2020년 9월23일 새벽에 이씨의 피살 사실이 포착됐지만 그날 아침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가안보일일상황보고서’에는 이씨 피살과 소각 사실이 담기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2020년 9월27일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의 시신 소각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었으며 시신 소각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에게 재분석하라고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격앙된 민주당…윤건영 “우길 것을 우겨야”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사실관계를 비틀고 뒤집은 조작 감사, 청부 감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14일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은 시신 소각 관련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건 맥락을 제거해 발표했다. 마치 은폐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기 위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의원의 입장문 중 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을 옮겨보겠습니다.
윤 의원은 “감사원이 ‘첩보’와 ‘정보’는 다르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 역시 윤 의원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해 드립니다.
윤 의원은 “묻겠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SI 첩보를 유관 기관(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안보실)의 모든 구성원에게 다 공개하고 있습니까? 당연히 아닐 것입니다. 우길 것을 우겨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관련 기록 삭제라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삭제’라는 단어로 호도하지 말고 삭제된 정보가 무엇인지, 원본인지 아닌지, 지금 남아 있는 자료는 무엇인지 모든 사실을 밝히십시오”라고 현 정부와 감사원이 오히려 사실을 취사 선택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에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감사원 감사도 윤 의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리가 있는 발언도 그 말이 거짓말일 경우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 거짓말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