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만파식적] 스테드패스트눈







2020년 10월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네덜란드 볼켈 공군기지에서 열린 연례 핵 억지 훈련 ‘스테드패스트눈(Steadfast Noon)’의 현장을 찾았다. 그는 “어떤 나라도 겨냥하지 않는 일상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며 “참여 항공기는 실제 폭탄을 운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훈련을 앞두고 굳이 이런 점을 강조하는 것은 핵폭탄 투하 연습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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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회원국인 독일이 자국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 사용권을 공유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하자 나토는 1960년대 후반 핵 공유 전략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나토는 핵 공유 전략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연습해왔다. 미국이 1949년 나토 창설 때부터 핵 억지력 제공을 약속했지만 소련·영국·프랑스의 잇단 핵무장을 두려워한 독일은 핵 공유를 강력히 요구했다. 평시에는 미 공군이 전술핵을 관할하지만 전시에는 미국이 사용을 결정하면 나토 회원국 전투기들이 핵폭탄을 싣고 적지에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나토 동맹국들은 이 전략에 따라 해마다 이맘때 일주일가량 훈련을 실시한다. 수십 대의 회원국 전투기들이 독일·네덜란드·벨기에·이탈리아·튀르키예 5개국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를 대신해 가짜 폭탄을 운송해 투하한다. 나토의 공공연한 비밀로 통했던 이 훈련은 2020년께부터 ‘스테드패스트눈’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나토가 이번 주 중 러시아 국경에서 1000㎞ 떨어진 서유럽과 북해 일원에서 이 훈련을 진행한다. 30개 회원국 중 14개국에서 전투기와 정찰기, 공중 급유기 등을 파견한다.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제동을 걸기 위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흘리며 위협하는 상황이어서 이 훈련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도 선제적 핵 공격이 가능하도록 법제화를 한 데 이어 ‘전술핵 운용 부대 훈련’이라며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총동원해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한 확장 억제 전략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나토 핵 공유 이상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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