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출에 따른 외화자산 비중이 높은 게임사들이 환차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다만 환율 호재에도 불구하고 게임사들은 3분기에도 암울한 실적을 낼 전망이다. 이렇다 할 신작 없이 정작 ‘본업’인 게임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양대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259960)과 엔씨소프트(036570)(NC)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달러자산은 각각 1조 2137억 원, 7133억 원으로 총 2조 원에 육박했다. 펄어비스(263750)(2029억), 더블유게임즈(192080)(1525억), 넷마블(251270)(1197억), 컴투스(1014억) 등도 1000억 원이 넘는 달러자산을 보유 중이다. 카카오게임즈(293490), 위메이드(112040), 데브시스터즈(194480), 웹젠(069080) 등 국내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게임사로 범위를 넓히면 총 달러자산은 2조6132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강달러로 이들의 자산평가액도 증가세다. 환차익은 영업외이익으로 분류돼 순이익 증가에 기여한다. 14일 기준 환율(1429원)은 2분기 말일인 6월 30일 종가(1298원) 대비 10% 가량 오른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세전이익이 712억 늘어난다.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도 환율 5% 상승시 세전이익이 각각 622억, 98억 증가한다.
달러차입금의 상환 부담도 동시에 늘어나지만 엔씨(12억), 크래프톤(790억), 컴투스(90억), 더블유게임즈(41억)은 달러부채가 자산 대비 미미한 수준이라 환차익이 훨씬 크다. 다만 넷마블은 예외다. 지난해 스핀엑스 인수를 위한 자금을 대부분 달러로 차입한 탓에 달러부채만 2조1712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가 많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크래프톤은 해외 매출 비중이 94%에 달한다. 펄어비스와 넷마블은 북미·유럽에서 전체 매출의 52%, 61%를 올렸다. 컴투스의 게임사업 매출도 75%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대표작 서머너즈워 지식재산권(IP) 매출의 54%가 북미·유럽에서 나왔다.
다만 강달러 수혜에도 게임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정작 ‘본업’인 게임사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 16% 감소한 4635억 원,1635억 원을 거둘 전망이다. 엔씨도 5736억 원의 매출을 거둬 3분기 연속 하락세가 예상된다. 넷마블의 경우 최근 다수 증권사가 3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줄줄이 내놨다. ‘오딘’ 출시 후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카카오게임즈도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3608억 원의 매출을, 컴투스는 같은 기간 64% 감소한 47억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승부는 ‘본업’인 게임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이런 추세(강달러)가 지속된다면 외환차익이 지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본업이 아닌 환차익으로 돈을 버는 건 나중에는 반대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게임사들은 4분기부터 줄줄이 글로벌 신작을 내놓으며 본업 강화에 나선다. 컴투스가 오는 11월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출시한다. 크래프톤은 오는 12월 호러 콘솔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내놓는다. 12월에만 1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대작이다. 엔씨도 내년 상반기 ‘리니지W’ 북미·유럽 출시와 콘솔·PC게임 ‘TL’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게임사들이 북미·유럽 시장을 노린 콘솔 게임을 대거 출시한다”며 “국내 시장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고, 중국 시장은 판호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만큼 서구권 시장에 게임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