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들이 공식 문서에서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 표기를 잇따라 인정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칠레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성별 표시란에 ‘X’가 적힌 논바이너리(non-binary) 신분증을 셰인 시엔푸에고스(29)에게 발급했다.
칠레에서 성 중립 다양성을 위한 사회단체를 이끄는 시엔푸에고스는 지난 9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논바이너리 신분증을 받게 됐다. 그는 “이것은 나 혼자만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논바이너리는 생물학적 차이에 따른 성별(sex) 구분과 다른 성 정체성(gender)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용어다. 자신의 생물학적 성이나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성 정체성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칠레는 성 소수자 정책과 관련해 진보적인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성 소수자 관련 권리를 대폭 확대하는 취지의 문구를 아예 헌법에 명문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지난달 이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돼 국회에서 다시 손보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성 중립적 신분증명서를 인정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주민등록증과 여권에 남성(M)과 여성(F) 외에 ‘X’ 옵션을 추가했다. 이밖에도 지난 2010년 중남미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2012년 트랜스젠더 등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그 뒤를 이었다.
중남미뿐 아니라 미국은 올 4월부터 여권 성별에 ‘X’를 선택해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미 정부는 내년 말까지 여권 외의 서류에도 제3의 성을 표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법 개정에 따라 미국에서는 여러 제도를 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미 국방부는 논바이너리가 공개적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난 1월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2016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