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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美 1년 내 침체확률 100%”…“베어마켓 랠리땐 S&P 4000”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 AFP연합뉴스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지난 주 어려운 시간을 보낸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7일(현지 시간)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3.43%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65%, 1.86% 뛰었는데요.

시작은 영국의 추가 U턴이었습니다. 영국 정부가 법인세에 이어 더 많은 감세안을 철회하면서 시장이 안도했는데요. 영국 국채금리가 떨어지면서 미 국채금리가 한때 동반하락한 것이 증시 상승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죠.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다시 연 4%를 넘었지만 오전에는 3.91%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실적이 예상을 웃돈 것도 투자심리를 좋게 해줬습니다. 이날은 별다른 악재가 없는 가운데 증시가 올랐는데요. 로블록스는 사용자 증가 소식에 19.86% 폭등했습니다. 실적 발표를 앞둔 넷플릭스는 6.57%나 급등했는데요.

하지만 경기침체 공포가 여전합니다. 월가에서는 주가가 올라도 기간이 짧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죠. 오늘은 영국과 미국 증시 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영 재무장관, 지금까지 320억 파운드 감세 철회 에너지 지원도 제한”…“영국, 인플레이션·침체 리스크 더 커져” 우려도


지난 주에 이어 이날도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움직인 영국 상황부터 보죠. 신임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이 오전11시15분께 성명에서 “현재 영국에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안정”이라며 감세안의 대부분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추가된 U턴은 △소득세 최저세율 인하(20%→19%) △배당세율 △관광객 부가가치세 환급 △주류세 등인데요. 이미 의회를 통과한 주택 취득세율 인하와 국민보험 분담금 인상 취소 정도만 그대로 갑니다. 정말 껍데기만 남은 건데요.

지금까지 감세가 취소된 규모가 총 320억 파운드라고 합니다. 당초 리즈 트러스 총리는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안을 내놓았는데요.

감세안보다 더 금액이 컸던(6개월 600억 파운드) 에너지 요금 지원도 줄어듭니다. 트러스 총리는 가스값이 치솟고 이것이 인플레이션 폭등으로 이어지자 에너지 가격상한제를 적용하고 차액을 지원해주기로 했었죠. 기업은 6개월, 가계는 2년이 목표였는데 내년 4월 이를 끝내고 정책을 재검토합니다.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 타깃을 바꿀 전망인데요. 헌트 장관은 “정부가 변동성이 큰 국제 가스값에 공공재정을 무제한 노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는데요. 지난 14일 연 4.4% 수준이었던 10년 만기 영국 국채금리가 3.9%대로 내려왔습니다. 0.4%포인트(p) 정도가 급락한 건데요. 같은 기간 4.8%를 넘었던 30년 물 영국 국채금리도 4.37% 안팎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파운드화도 1.14달러 정도로 강세를 보였죠. 영란은행(BOE)의 시장개입이 지난 주 금요일에 종료되고 이날이 첫 영업일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추가 발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영란은행. 영국의 재정-통화당국 간 힘겨루기는 결국 BOE의 승리로 끝났다.영란은행. 영국의 재정-통화당국 간 힘겨루기는 결국 BOE의 승리로 끝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OE가 예정대로 지난 주 금요일에 채권매입 지원을 마쳤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영국 정부가 이날 추가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BOE는 정부와의 치킨 게임에서 승리했다”며 “투자자들은 안심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축하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했지요.

핵심은 그럼 이제 다 끝난 거냐는 거죠. 소시에테 제네럴의 키트 저크스는 이날 추가 발표를 두고 “영국 정부가 이제 뭐가 더 없다. 제발 정상으로 돌아가달라고 한 것”이라면서도 “나는 영국 국채금리가 내려가고 파운드화의 변동성이 사라지더라도 그것(시장 안정)이 그렇게 간단할지 확신이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우리에게는 경기침체와 긴축, 높은 금리, 더 길어질 수 있는 파운드화 위기가 남아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동안 영국 국채와 파운드화에 신경이 뺏겨서 그렇지 영국의 8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9.9%였습니다. 7월에는 10%를 넘겼죠. 눈 앞의 위기상황이 다소 가라앉는다고 쳐도 영국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남은 건 BOE의 금리인상, 그리고 이에 맞춰 커지는 경기침체 우려인데요. BOE 생각대로 이달 말부터 양적긴축(QT)을 시작하면 국채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 재무장관이 금융안정을 계속 이뤄낼 수 있을지도 봐야 하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정책 U턴으로 영국의 침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봤습니다. 스벤 자리 스텐이 이끄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팀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지속하고 있으며 타이트한 노동시장은 BOE가 여전히 통화정책을 상당히 긴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며 “성장 모멘텀이 약해지고 내년 4월부터는 법인세가 인상되면서 우리는 영국의 성장 전망을 더 내리고 더 심각한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내년 -0.4% 성장 전망이 -1%로 커진 거죠.

감세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고 부정적 분석이 더 많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최소한 높은 인플레에 따른 추가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점, 이 부분이 중요하겠습니다. 감세와 금융시장 불안을 피한다고 해도 높은 물가와 경기침체의 유령이 남아 있다는 거죠. 영국이 위기를 완전히 탈출했는지는 조금 더 지켜볼 때라는 의미입니다.

서머스 “시장 컨센서스 경기침체로 이동”…모니한 BofA CEO “미국 소비자는 건강”


시장의 생각도 비슷한데요.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다 리서치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 비라지 파텔은 “지금부터는 손대기가 어려운 시장”이라며 “여기서부터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영국 위기는 시장 입장에서만 보면 트러스 총리가 물러나야 상황이 더 안정화할 수도 있겠는데요. 보수당 내부에서도 사임 목소리가 크긴 하죠. WSJ은 “영국 시장이 세일 중이지만 누구도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영국의 주식과 국채 가치는 역사적으로 낮다”며 “시장은 영국 정부의 계획과 BOE의 채권매입 종료,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위험 증가, 에너지 위기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중 침체 얘기는 영국이나 유럽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를 침체로 밀어 넣는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오면 내년 하반기에 일어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실제 월가의 분위기가 꽤 변하고 있는데요. WSJ이 66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63%가 내년에 침체가 올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자체 모델 추정 결과 향후 1년 내 침체 확률이 100%라고 밝혔습니다. 직전에는 65%였다는데요.

이 모델은 13개의 거시경제·금융지표를 활용하는데 전반적인 수치가 악화한 결과 100%라는 숫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특정 기관 한 곳에 불과하고 상황에 따라 전망치가 달라지겠지만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핵심일텐데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시장의 컨센서스가 내년에 경기침체로 오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평균 침체는 3%p의 실업률 증가를 불러온다. 연준은 4.5% 정도를 보고 있는데 6%가 더 나은 추정일 것이다. 침체 없이는 임금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없다”고 했습니다.

BofA가 보여주는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현황. BofABofA가 보여주는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현황. BofA



반면 낙관론자로 불리는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의 회복력은 강하며 여전히 건강하다”라고 주장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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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실적을 내놓은 BofA는 미국인들이 여행과 유흥에 돈을 쓰고 있으며 예금잔액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고객 건전성도 좋다고 했죠. 신용카드를 비롯한 결제수단을 통한 지출이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했다는데요. BofA도 월가의 전망치를 웃돈 실적에 이날 6.06% 뛰었습니다. 모니한 CEO는 “애널리스트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이 소비증가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BofA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다만, BofA의 얘기는 감안해서 봐야 합니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지난해 21%에서 급감하고 있고,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은 9월 말 현재 1.38%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2.04%)보다 낮지만 6월(1.21%)보다 높습니다. 절대적인 수준은 괜찮지만 최근 들어 계속 나빠지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거죠.

특히 BofA도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대손충당금을 3억7800만 달러 추가로 쌓는 바람에 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8% 빠진 71억 달러에 그쳤는데요. 충당금 추가 적립은 지난해 11억 달러를 환입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어쨌든 침체 논의에 관해서는 노동시장이 관건이지요. 실업률 3.5%는 미국이 현재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지만, 동시에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나빠질 때까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 줍니다. 연준 스스로도 내년 실업률 전망치를 4.4%로 제시했는데요.

강한 고용시장이 경기침체를 덜 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동안 강한 고용을 천덕꾸러기처럼 여겼는데 실제 침체에 빠진 뒤에는 이것이 더 큰 고통을 막아줄 방패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전직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삼은 “우리는 현재 침체에 있지 않지만 아마도 그곳에 가게 될 거다. 지금은 노동시장이 강하기 때문에 침체가 아닌 것”이라며 “미국의 침체는 약할 것 같으며 이 역시 강한 노동시장 덕”이라고 했습니다.

“바클레이스·UBS 더 많은 고통 있을 것 S&P 연말 3200” vs “과매도에 연말까지 완만한 반등 가능”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증시 상승세에도 UBS와 바클레이스는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을 제시했는데요. 마크 해펠레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성장에 대한 위험과 변동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은 채권대비 상대적으로 싸지도 않고 성장과 어닝둔화에 대한 실질적인 가격 반영이 안 돼 있다”며 “증시가 바닥을 쳤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상승하고 연준이 금리를 더 높이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 기업실적을 갉아먹을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죠.

바클레이스는 증시가 여전히 경기침체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내년까지 약세가 이어질 수있다고 보는데요. 연말 S&P 전망치는 3200으로 점쳤습니다. 이날 종가를 고려하면 약 12.9% 더 떨어진다는 건데요. 초강세론 쪽에 속했던 오펜하이머도 연말 S&P 예상치를 4800에서 4000으로 내렸습니다. 아직 더 많이 오를 수 있다는 뜻이지만 한 번에 16.6%나 수치를 조정했죠.

월가의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이날 “200주 이동평균은 기업들이 (실적악화를) 모두 고백하거나 공식적으로 경기침체가 올 때까지 지수를 매우 강하게 떠받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몇 개월 더 지속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그러면서 “올해 S&P500의 폭락이 지지선을 시험하고 있으며 이를 감안하면 4150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이것은 앞서 있었던 베어마켓 랠리와 같은 것”이라고 봤습니다. 오르더라도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는 S&P의 최종 주가 지수 수준이 결국 3000~3200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S&P 바닥 관련 경제상황 리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S&P 바닥 관련 경제상황 리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도 “이것(오늘 상황)은 올해 7번째 베어마켓 랠리”라고 평가했는데요.

역사적으로 봐도 베어마켓(약세장)이 끝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S&P는 1월 최고점 이후 9개월 여 만에 25% 하락했지만 비슷한 사례와 비교하면 하락 기간과 폭이 짧다”며 “지난 1세기 동안 S&P가 고점에서 바닥까지 도달하는 데는 15~16개월 간 평균 38% 하락했다”고 전했는데요.

물론 이날까지 3분기 어닝 시즌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이 이날 시장의 공포감을 덜어줬다는 해석도 있죠. 존 스톨츠푸스 오펜하이머 수석 투자전략가는 “증시의 과매도가 연말 이전에 완만한 반등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큽니다. 마이크 산톨리 CNBC 선임 시장 코멘테이터는 “오늘의 주가 상승은 영국 정부의 감세안 재고와 영국 국채금리 하락이 미국 국채금리를 떨어뜨린 영향이 있는데 시장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고 없이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는데요.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BofA 전략가는 3분기 어닝시즌과 관련해 “가이던스가 끔찍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가이던스가 더 약해질 것이며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에린 브라우니 핌코의 멀티 자산전략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S&P가 여기서 10%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중요한 것은 금리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나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누적될수록 어딘가 부서질 확률이 높아지죠. 10년 물 미 국채금리도 다시 뛰었는데요. 블랙록 파이낸셜 매니지먼트의 헤드인 밥 밀러는 “이렇게 공격적으로 금융을 긴축하면 갑작스럽게 무엇인가가 부서질 것”이라며 "무엇이 첫번째로 부서질까? 대부분 그렇듯 그것은 아마도 레버리지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죠.

레버리지 문제, 쉽게 지나갈 부분이 아닙니다. 거시경제 리스크도 깨끗이 해결된 건 여전히 없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유튜브 채널 ‘어썸머니’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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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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