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우크라 민간 기반시설 타격…궁지 몰린 러, 대놓고 ‘전범행위’

최전선서 밀리자 극단 전술

후방 전력망·상수원 등 타깃

10일 이후 발전소 30% 파괴

인도주의적 재앙 야기 우려

1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빌딩에서 드론 공격으로 발생한 화재가 진압되고 있다.AP연합뉴스1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빌딩에서 드론 공격으로 발생한 화재가 진압되고 있다.A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1주일 넘게 민간 기반시설을 집중 포격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을 일으키고 있다. 최전선에서 밀리는 러시아가 전략을 바꿔 후방의 전력망·상수원 등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긴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응급서비스국은 이달 7일 이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11개 주의 마을·도시 4000곳에 정전이 발생했으며 여전히 1162곳의 전력 공급이 끊긴 상태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에 발생한 사망자 수는 70명에 달했다. 정부는 겨울철에 대비해 시민들에게 오전 7∼9시, 오후 5∼10시의 절전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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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10일부터 지금까지 자국 발전소의 30%가 파괴됐다”며 “이는 러시아의 또 다른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10일부터 우크라이나 민간인 지역을 공습하고 있다. 수도 키이우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틀 연속 이어진 포격으로 이날 전력뿐 아니라 수도 공급까지 중단됐다.

전쟁 초반까지도 민간인 지역에 대한 공격 사실을 부인해온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노골적으로 “고정밀 무기를 사용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스템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가 대놓고 전쟁범죄를 저지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제네바협약이나 로마규정 등 각종 국제법에서는 전쟁 기간 중 비전투원이나 민간 시설물을 고의로 타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겨울철에 전력 및 난방이 끊길 경우 생사를 위협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기반시설 공습은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종류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민간인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극단적인 전술을 택한 것은 지상전이 어려워지는 겨울철을 앞두고 동남부 전선에서 연일 패배해 점령지를 내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핵심 요충지인 헤르손 점령지의 친러 행정부가 주민들에게 러시아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으며 ‘특별군사작전’을 이끄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헤르손의) 상황이 매우 긴급하다”며 향후 군대를 전면 철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부는 최근의 기반시설 공습이 “우크라이나 사회에 공황을 조성하고 유럽 대중을 위협하려는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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