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과도 같은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9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 설립 때까지 상가 문제가 변수로 남아 있는 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변경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도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꼽힌다.
은마아파트는 1996년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발족된 후 26년이 된 지금까지 조합도 설립되지 못한 상태다. 당장 조합 설립까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연면적 약 6000㎡에 달하는 상가 재건축 문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올해 3월 집행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소유주 간 이견은 거의 마무리됐지만 조합설립 인가 전까지 상가 문제가 변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건축부담금 산정 대상은 주택으로만 한정돼 상가 등의 시세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상가 조합원의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상황이다. 최근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극적으로 재개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삐걱댔던 이유 중 하나도 상가 문제였다.
무엇보다 정비 업계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것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다. 정부가 9월 말 발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개편안에서 부과 시점을 추진위 구성에서 조합 인가 시점으로 조정함에 따라 일부 인하 효과가 있겠지만 여전히 수억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소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계속 정비사업 발목을 잡고 있으면 결국 장기적으로 사업이 지속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사업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파트 아래를 지나는 것으로 계획됐던 GTX-C 노선의 변경 여부도 관심사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GTX가 아파트 밑을 관통하면 지반 붕괴의 위험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7월 GTX-C 은마아파트 우회 노선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GTX 기능과 사업 추진 일정, 지역 주민의 민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관리 처분 계획 인가를 받고 4000여 가구가 한꺼번에 이주할 경우 인근 지역의 전세 대란도 우려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내년 말 잠실주공5단지에 이어 2024년 말께 은마아파트 이주가 시작되면 강남권 전세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며 “소유자뿐 아니라 세입자 대부분이 학군 때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인근 연립주택 등 비교적 저렴한 주택으로의 이주 수요가 몰리며 일대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임대 등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 이 같은 불안 요소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