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중대재해 줄이려면 처벌보다 인센티브 필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토론회

노사 안전가치 도모 원팀 이뤄야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0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0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경영자 처벌 위주의 네거티브 방식에서 노사가 함께 건강과 안전을 핵심 가치로 수용해 ‘안전 문화’를 구축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는 5년 이내 우리나라 산재 사망 사고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과 교수는 ‘펠츠먼 효과’를 언급하며 경영자를 처벌하는 규제 방식보다 인센티브를 제공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펠츠먼 효과는 안전을 도모할수록 위험을 감수할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적어지면서 오히려 위험도가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안전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안전을 보장하는 건 아니며 경영자 처벌 위주의 규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노사 간 책임과 의무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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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또 중대재해 감소 목표를 OECD 평균 이하로 맞출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OECD 평균보다 김치나 쌀밥·삼겹살을 많이 먹는다고 해 문제라 할 수는 없다”면서 국가 간 산업구조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를 근본적으로 감소시키려면 사업장 구성원들이 스스로와 동료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안전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무사고’ 같은 지표에 매달리면 사고 예방보다는 발생에 초점을 맞추게 되기 때문에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기보다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이를 도모하기 위해 노사가 원팀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 교수는 “노사 모두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이 핵심 가치임을 수용해야 한다”며 “기업에는 여유 있는 작업 시간과 인력을 확보할 것을, 노동조합에는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안전에 대한 현장훈련(OJT)을 강화할 것 등을 주문했다.

토론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안전보건 활동을 근로로 간주해 노동자의 참여를 늘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안전 비용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토론회에서 “중대재해는 사업주·관리자·근로자 등 다양한 주체가 역할과 권한에 맞는 책임을 이행할 때 효과적으로 예방된다”면서 “우리는 주체 간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해 사각지대가 흔히 발견된다”고 평가했다. 권 차관은 “주요 선진국은 이미 정부 규제의 한계를 느끼고 노사의 자발적 노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며 “우리도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사고 체계의 전환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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