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새 집도 안 산다" 오픈런 의왕 아파트, 절반 계약 포기 '충격'

■청약시장도 빙하기

금리 상승에 집값 급속 하락하는데

고분양가로 인근 매매가보다 높아

경쟁률 11.8대1 평촌 두산위브도

178가구 중 111가구가 무순위로

수도권 미분양 물량 올들어 4배↑

경기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SK뷰’ 조감도. 사진 제공=GS건설경기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SK뷰’ 조감도. 사진 제공=GS건설




일반분양 당시 예비 입주자 모집에 성공했지만 이후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하며 상당수 물량이 ‘무순위 청약(줍줍)’으로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매수심리 위축으로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사전에 책정했던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SK뷰’는 25일 508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단지는 미계약이 반복되면서 일반분양 당시 공급된 11개 모든 타입형에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모델하우스에서 오픈런이 일어나는 등 분양 전부터 큰 관심을 받으며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별공급 377가구에 1414가구(경쟁률 3.8 대 1), 일반공급(1·2순위) 522가구에 2900명(5.6 대 1)이 몰리는 등 양호한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꺼리면서 일반분양 당시 899가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8가구(56.6%)가 ‘줍줍’ 물량으로 나온 것이다.



인덕원자이SK뷰는 인근 아파트의 시세가 뚝뚝 떨어지며 분양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용면적 58㎡의 분양가(최고가 기준)가 7억 7800만 원으로 바로 옆에 위치한 대단지 ‘인덕원센트럴자이’ 59㎡보다도 비싼 편이다. 인덕원센트럴자이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0억 4000만 원(11층)에 팔렸지만 올해 9월 3일에는 이보다 3억 원 이상 하락한 7억 500만 원(3층)에 새로 계약서를 썼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들 단지가 위치한 경기 의왕의 10월 셋째 주(17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46% 급락하는 등 29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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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인덕원자이SK뷰는 이 지역에서도 브랜드와 입지가 가장 뛰어나 큰 관심을 받았지만 분양가가 주변 단지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이고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계약을 포기한 당첨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앞으로 분양하는 단지들의 분양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덕원자이SK뷰가 일반분양에서 40% 이상 계약에 성공한 것이 양호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인상으로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서 일반분양 가구 상당수가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뚜렷하다. 서울의 경우 3.3㎡(평)당 분양가가 지난해 하반기 2533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3283만 원, 하반기(10월까지) 3544만 원까지 오른 상태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 두산위브 더 프라임’은 9월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되며 11.8 대 1의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며 178가구 가운데 111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졌다. 또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수원 아이파크 시티(128가구 중 80가구)’,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91가구 중 69가구)’,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140가구 중 129가구) ’등도 일반분양 대비 많은 물량이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분양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적격으로 당첨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지만 당첨되고 생각해 보니 분양가가 너무 높거나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가격 분양가는 ‘자산 손실’로 느껴질 수 있다 보니 계약을 하고도 회피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요자들은 차라리 더 낮은 가격에 나오는 급매물을 사거나 미분양 반복으로 인한 할인 분양을 기대하는 등 당분간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반복되는 미계약으로 미분양 가구도 급격히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1월 1325가구에서 8월 5012가구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도권 평균 청약 경쟁률도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64.1 대 1을 기록했던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은 올해 상반기 29.8 대 1, 하반기 3.3 대 1로 계속해서 감소했다. 경기 역시 지난해에는 28.7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10.0 대 1로, 하반기에는 2.3 대 1로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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