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탑재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위치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위력 강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핵무기 공격 위협을 내비치는 러시아와 점점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군 중부사령부는 전날 성명에서 에릭 쿠릴라 중부사령부 사령관이 19일 아라비아해에서 미국 핵 추진 잠수함 웨스트 버지니아에 승선했다고 밝혔다. 쿠릴라 사령관은 이 핵잠수함에 8시간가량 머무르며 미국 해군 5함대의 사령관 브래드 쿠퍼를 만나 잠수함이 갖춘 기능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그는 성명에서 "핵잠수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 폭격기와 더불어 미국 3대 핵전력의 핵심 자산"이라며 "미군 중부사령부와 전략사령부가 바다에서 보유한 유연성, 생존성, 준비태세, 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웨스트 버지니아호는 미국 해군의 최강 전력 중 하나로 꼽히는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다. 한 발에 핵탄두를 최대 14개까지 실을 수 있는 트라이던트Ⅱ D-5 미사일을 탑재해 폭격을 뜻하는 '부머'(Boomer)로도 불린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중량에 따라 7천800∼1만2천㎞에 달해 지구 곳곳에서 원하는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통상 미국은 이런 핵잠수함 위치를 통상 극비에 부친다. 뉴스위크는 미군의 이번 핵잠수함 공개를 러시아, 중국 등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을 향한 경고로 풀이했다. 스티븐 파이퍼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도 "핵잠수함 위치 공개는 경고 메시지"라며 "러시아와 중국에 미국 전략무기의 역량을 다시 확인시키는 일거양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