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앤컴퍼니(314130)가 자페증 치료제를 조기 출시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폐증 치료제 신약 ‘SB-121’에 대한 패스트 트랙 지정을 신청했다. FDA는 60일 이내에 지정 여부를 발표해야하기 때문에 이르면 다음 달 초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패스트 트랙은 중대한 질환의 치료와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하는 절차다. 기존의 치료법이 없는 신약이거나, 기존 치료법이 있을 경우에도 기존 치료제 대비 확실한 개선점이 입증돼야 한다.
지놈앤컴퍼니는 현재 이 약물에 대한 임상 1상을 마쳤으며 내년에 미국 임상 2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임상 2상 후에는 혁신의약품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혁신의약품에 지정되면 개발과 심사 절차가 일반 의약품에 비해 빨라진다. 아울러 임상시험 보조금, 세금 감면, 심사 비용 면제, 허가 이후 미국 시장 독점권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회사측이 ‘신약개발 속도전’에 나선 이유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자폐증 치료제가 아직 전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적이 없는 만큼 개발과 출시를 앞당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폐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5조 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최근 자폐증 신약 개발을 중단했을 만큼 개발이 까다로와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형편이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자폐증 치료제로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장애(ADHD) 치료제가 대신 쓰이고 있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많아 최대한 개발 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라며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라 패스트 트랙 지정에 적합한 자격을 갖춰 지정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에 따르면 SB-121에 대한 임상 1상 결과 약물 복용자들 중 중대한 이상 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양호한 복약 순응도를 확인해 1차 평가지표인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보했다. 2차 평가 지표로는 ‘바인랜드 적응 행동 척도’를 설정했는데, 4주 간 SB-121을 투여한 결과 소통·사회화·일상생활 능력·운동 능력 영역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 약의 특징은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장내 유익균이 줄고 병원성 유해균이 많아져 미생물 사이 균형이 깨지면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마이크로바이옴의 원리는 이 균형을 되찾게 해 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FDA 산하 자문위원회가 스위스 제약사 페링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재발성 C. 디피실 치료제 ‘RBX2660’에 대해 승인을 권고했다”며 "페링의 신약이 최종 허가를 받아 출시될 경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 계열 치료제들에 대한 허가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