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인들은 한국의 연구개발(R&D) 핵심이자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지만 이들이 느끼는 사회적 처우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상황입니다. 앞으로 기술개발인들을 위한 축제의 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10월 24일 ‘기술개발인의 날’에 대한 국가기념일 제정이 필요합니다”
24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양향자 국회의원(무소속, 광주 서구을)과 함께 개최한 ‘제1회 기술개발인의 날’ 기념식에서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위해 기술개발인들에 대한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인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기술 혁신을 이끈 기술개발인에 대한 훈포상 수여 등을 통해 사기를 높여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산기협 관계자는 “첫 회를 맞이하는 기술개발인의 날은 기술혁신, 국가경쟁력 강화, 경제성장 등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기술개발인의 성과를 알리고 위상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개발인의 날로 정해진 10월 24일은 1981년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된 날이다.
이날 행사에는 정청래·박성중·조승래·이상민·안철수·김영식·허은아 의원 등 국회의원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자균 산기협 회장(LS일렉트릭 회장)과 기술개발인 등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또 기업에서 오랜 시간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의 기술혁신에 힘써온 기술개발인에 대한 성과를 인정하고 격려하기 위해 우수 기술인에 대한 포상도 진행됐다.
구자균 산기협 회장은 “현재 각종 직능분야를 대상으로 130개가 넘는 국가기념일이 제정되었지만, 기술개발인을 위한 기념일은 아직 없다”며 “기술개발인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향자 의원은 “대만이 반도체 기술과 TSMC를 호국신기(護國神器)와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여기는 것처럼 우리도 기술개발인을 존중하고 대우해 호국신인(護國神人)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축사를 통해 “기술 개발인의 날 지정 자체가 기술 개발인들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며 “더 많은 인재들이 과학기술인으로서 현장에서 일하고 거기에 대해 보답 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한국이 살아 갈 수 있는 생존의 길”이라고 말했다.
기술개발인은 기업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전담 수행하는 인력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경영자(CTO), 연구소장, 기술혁신경영인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재(2022년 9월 기준) 기술개발인 수는 총 44만4131명이다. 기업은 국가 R&D 투자의 79%를 담당하고 있고 기업 연구자는 국가 R&D 인력의 72%를 차지하는 등 기술개발인은 기술혁신의 핵심 주역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 기술 개발인에 대한 위상과 사회적 평판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기협이 연구개발(R&D)전담조직(기업연구소·연구개발전담부서) 보유기업 2037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연구자의 70%가 기술개발자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출연연 연구자에 비해 사회적 평판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기업의 기술혁신 부문에 주어지는 훈장은 전체의 9% 남짓이고, 최근 3년간 과학기술 유공자 훈포장 수상자 중 산업계 수상자는 23%에 불과했다. 이는 유공자 포장이 기초연구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별도 기념일을 정하고 산업계 연구자 훈포장 확대 등을 통해 기업 연구원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치열한 글로벌 기술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우수한 인재 확보가 핵심이지만 이러한 기업 연구자를 낮게 보는 사회적 인식 문제 등으로 불리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는 기술혁신 인재 문제를 교육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개별기업의 문제로 치부해 사회적 인식 제고 등의 책무는 소홀히 해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기업의 기술 혁신을 위해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