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약 5개월 만에 국회를 다시 방문했지만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시정연설에 전면 불참했고 윤 대통령도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야당에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올해 예산안 시정연설은 역대 ‘최단 시간(18분 28초)’으로 기록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의 2023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169석의 민주당 의석이 텅 빈 채로 이뤄졌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이 국회를 겨냥한 비속어 논란에 사과하지 않은 점, 검찰이 전방위적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시정연설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 시작 30분 전인 오전 9시 30분께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 모여 ‘국회 무시 사과하라’ ‘야당 탄압 중단하라’ 등 손 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윤 대통령이 계단 앞을 지나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약 18분 간 연설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만 19차례 박수로 화답했다. 올 5월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때 하늘색(민주당 당색) 넥타이 차림으로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됐다. 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착석하기는 했지만 이들 역시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 ‘이XX 사과하라!’ 등 피켓을 붙였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친 뒤 야당 의석 쪽으로 향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인사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도 악수했다. 정의당 의원들은 연설 직후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6분간 본회의장을 돌며 5부 요인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차례로 웃으며 인사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불참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사전 환담에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에는 시기가 따로 있지 않다”며 사과를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한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 측에서) 사과를 요구했고 대통령께서는 ‘사과할 만한 일이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