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과 폴란드가 31일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관련 의향서(LOI)를 체결한다. 폴란드는 당초 2043년까지 6~9GW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인데 이 사업을 둘로 나눠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1차 원전 건설 사업, 한수원은 2차 원전 사업으로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폴란드 현지 매체 제치포스폴리타에 따르면 미국을 찾은 야체크 사신 폴란드 기후환경부총리는 11월 발표할 폴란드 1차 원전 건설 사업자를 미국 웨스팅하우스로 선정함과 동시에 한수원을 2차 원전 건설 사업자로 선정하는 방안을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논의했다. 매체는 이어 폴란드전력공사(PGE)와 민간 에너지회사 제팍(ZEPAK)이 31일 서울에서 한수원과 원전 건설 사업 관련 의향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그문트 솔라즈 제팍 회장은 “한국과 폴란드 간 원전 협력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폴란드가 미국 원전을 1차로 도입한 후에도 2차로 한국 원전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이전 때문으로 보인다. 매체는 한수원이 8.4GW 용량의 6기 원자로를 짓는 비용은 267억 달러로 미국의 313억 달러(6.7GW 규모), 프랑스의 330억~485억 달러(6.6~9.9GW 규모)에 비해 저렴하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한수원은 폴란드에 원전 건설 이후 기술이전을 제안했는데 이는 미국이 경계하는 부분이며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21일 미국 연방법원에 한수원과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차세대 원전의 수출을 제한해 달라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들은 폴란드가 미국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 정부가 발주한 1차 사업자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한 대신 민간이 나서는 2차 사업자로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는 한수원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폴란드 입장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국 원전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데다 방산 협력 등으로 한국·폴란드 관계가 두터워지고 있는 만큼 한·폴란드 원전 협력도 이어가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