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적 통화정책 시행에서 시작된 경제 심리 악화는 경기 침체를 앞당기고 있다. 9월 글로벌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시장금리 급등 영향으로 채권시장도 안전하지 않았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요동치며 각종 금융위기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가운데 이달 들어 3분기를 측정할 수 있는 거시지표가 발표되고 있다. 3월부터 시작된 긴축정책의 효과는 아직 미미한 결과만을 보이고 있어 남은 연말까지 거시지표의 변화가 긴축정책의 실질적인 영향으로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와 금리·환율 등 금융지표가 예상을 벗어나는 오버슈팅 시그널을 보이게 되자 각 지표의 바닥 찾기가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다. 매크로 악재에 대한 편향적이고 과대 해석에 따른 쏠림 현상은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이 변동성을 새로운 추세의 시그널로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우리는 시장의 잡음과 착시에 속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펀더멘털의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정 가치를 밑도는 저평가 영역에 진입했을 때 공포에 압도당해 얼어붙지 않고 과감히 리스크를 선택해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익을 얻는 감각을 얻게 될 것이다.
어느덧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 대비 1000포인트 하락했다.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그동안 유동성의 힘으로만 구름 위를 걸어왔던 것일까. 지난 2년의 투자 붐은 온전히 유동성 효과뿐이었을까. 겸손의 자세를 넘어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은 성장과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팬데믹 이전의 한국 경제는 지나치게 반도체 산업과 중국 특수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였다.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맴도는 것은 특정 산업과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컸던 영향이 크다. 세계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 경기 침체를 수습하기 위해 우리 경제에도 유동성이 공급됐고 유동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출 자원, 효율성이 강화된 유통 시스템, K컨텐츠로 업그레이드된 소프트 파워 등이 한국 경제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이런 성과를 주식시장에 반영시킨다면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수축되는 상황에서도 시장이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현재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꽤 많이 발견된다. 이들의 지난 3년간 재무제표를 보면 분명 성장의 결실을 발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디스카운트된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시장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이를 대세 하락의 시그널로 잘못 해석하는 사례가 이 중에는 있을 수 있다.
물론 정확한 바닥, 포인트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지켜내야 할 적정 가치를 설정하고 적정 범위를 찾아낸 후 가격이 이를 벗어난다면 다시 투자자에게는 투자의 시간이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