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가을 갯벌 따라 느릿느릿…생명의 속삭임에 귀를 열다

■ '갯벌의 고장' 전라남도 무안군

국내 최대 42㎢ 규모 갯벌 테마파크

전시과학관에 전망대·체험장 갖춰

게·망둥이 등 다양한 생물 관찰 가능

해질녘엔 10㎞ '노을길' 따라 드라이브

식영정서 바라보는 영산강 풍경도 예술

무안황토갯벌랜드의 갯벌 모습. 게와 망둥어들이 갯벌을 가득 채우고 있다.무안황토갯벌랜드의 갯벌 모습. 게와 망둥어들이 갯벌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라남도 무안군은 ‘갯벌에 진심’인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갯벌 해안도로에 이어 역시 최대 규모인 갯벌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가을은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풍성해지는 시기다. 무안에서는 ‘뻘짓’이 뻘짓이 아닌 이유다.




무안황토갯벌랜드의 갯벌을 살펴보고 있다.무안황토갯벌랜드의 갯벌을 살펴보고 있다.


먼저 무안군 해제반도의 해제면에 있는 ‘무안황토갯벌랜드’를 찾아갔다. 총면적 42㎢의 갯벌랜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갯벌 테마파크다. 테마파크는 동쪽으로 함해만(함평만)을 바라보고 있다. 2017년 준공됐으니 올해로 운영 5년째다. 무안갯벌을 배경으로 과학·전시관, 갯벌체험장, 캠핑장 등이 펼쳐져 있다.

일단 2층 연면적 3378㎡ 규모인 전시과학관에는 갯벌에 서식하는 다양한 물고기와 식물 등의 생태를 보여주는 갯벌전시실을 비롯해 맨손어업유산관·촉각체험실·전망대 등이 있다. 갯벌 생물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어업 도구들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낙지와 게 등의 암수 구별 전시물이 시선을 끈다.

과학관 앞은 광활한 갯벌이다. 맞은편에 함평군이 있는데 그사이로 드넓은 갯벌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냥 보면 갯벌은 뻘 밭으로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수많은 생명을 볼 수 있다. 게·망둥이·낙지 등으로 뻘반·생물반이다. 갯벌랜드 측은 갯벌 위로 데크 산책로를 조성해 보다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갯벌 체험장도 마련돼 있다. 무안갯벌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아무데서나 갯벌에 들어가기 힘드니 체험장이 필요한 이유다. 체험장에서는 직접 게 등 갯벌 생물들을 잡고 관찰할 수 있지만 다만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무안황토갯벌랜드에 게 모양의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무안황토갯벌랜드에 게 모양의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갯벌과 붙어 있는 캠핑장도 좋다. 가족 모임을 위한 방갈로와 함께 오토캠핑장·카라반사이트도 있다. 갯벌 체험에 또 캠핑 등 숙박도 하는 ‘힐링형 체류관광지’가 목표라고 한다. 갯벌랜드 관계자는 “최대한 자연을 보호하면서 체험하는 것이 갯벌랜드의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내려간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가다가 함평항 인근 칠산대교를 통해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무안 노을길에서 바라본 갯벌의 모습.무안 노을길에서 바라본 갯벌의 모습.



테마파크 분위기가 다소 아쉽다면 보다 자연 그대로의 갯벌을 찾아가보자. 대표적으로 ‘노을길’이 있다. 노을길은 무안군 망운면 송현리 조금나루 해변에서 현경면 봉오제까지 갯벌을 따라 약 10㎞를 잇는 해안도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8월에 개통했다. 팬데믹 시기에 노을길은 사실상 ‘비대면’ 관광지로 오히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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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대로 노을길은 해안의 노을 지는 갯벌 풍경을 즐기면서 드라이브하기에 최적이다. 교통량이 많지 않아 갓길로 걷는 데도 무리가 없다. 노을길을 따라가다 보면 갯일에 열중하는 촌부들도 쉽게 만난다. 노을길 중간에는 ‘낙지공원’도 있다. 특히 커다란 낙지 형태의 전망대가 아이들에게 인기다.

무안황토갯벌랜드의 낙지 모양의 조각상.무안황토갯벌랜드의 낙지 모양의 조각상.


갯벌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싱싱한 갯벌은 그 자체로 풍부한 생물자원을 공급하며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정화 작용과 생태 보존 역할을 한다. 국민적인 노력을 통해 지난해 7월 서천갯벌(충남 서천),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한국의 갯벌’ 4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국내 세계자연유산으로서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두 번째다.

신안갯벌에 이어 국내 두 번째(규모 147㎢)인 무안갯벌은 아쉽게도 세계자연유산에는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2001년 한국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08년에는 전남 순천만에 이어 람사르습지에도 등록됐다. 또 함해만 일대 갯벌은 신안갯벌과 함께 국내 최초의 갯벌도립공원에 지정됐다.

무안갯벌은 특히 젊다고 한다. 약 3000년 전에 형성돼 두께가 2m 미만이다. 여기에 얕은 바다 수심 등 어패류의 산란과 서식지로 훌륭한 조건을 갖췄다. 무안낙지가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영산강 변에 세워진 식영정.영산강 변에 세워진 식영정.


무안군 여행에서는 축적된 역사의 문화유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몽탄면 식영정은 절경이다. 식영정은 조선시대 문신으로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 전투에도 참전했던 임연(1589~1648)이 지역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지은 정자다. 언덕 아래로 보이는 영산강의 풍경이 아름다워 숱한 시인 묵객이 찾았던 곳이다. 다만 정자 자체는 최근에 복원한 것이어서 아쉽다.

초의선사 생가 복원 모습초의선사 생가 복원 모습


‘한국의 다성(茶聖)’이라고 불리며 추사 김정희의 스승이기도 한 초의선사 탄생지도 무안에 있다. 선사를 기린다며 무안군 삼향읍에 초의선사기념관을 세우고 생가를 복원했다. 초의선사의 탄생일(음력 4월 5일)을 전후해 ‘초의선사 탄생 문화제’를 진행한다.

또 서양화가 오승우의 작품이 전시된 군립 무안오승우미술관도 지역 문화예술이 살아 있는 현장으로 찾아볼 만하다.

글·사진(무안)=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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