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5부 요인, 국민의힘과 정의당 지도부와 만났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이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사전면담에도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시정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약 20분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김 의장 등과 환담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한덕수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도 자리했다. 여당에선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정의당은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김 의장,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과 함께 가장 늦게 입장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참석자들에게 두 손으로 '착석하자'는 수신호를 보내면서 환담은 시작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의당 이 비대위원장은 환담이 3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되자 윤 대통령을 향해 "환담장에 오면서 편하셨나. 사과에는 시기가 따로 있지 않다. 사과하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당시 국회를 향해 '이 XX들'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과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윤 대통령은 "사과할 일은 하지 않았다"고 이 비대위원장의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의장은 날씨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김 의장은 "날씨가 좀 쌀쌀해진 것 같다.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그런데 여의도 날씨가 훨씬 더 싸늘한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하는 등 얼어붙은 정국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김 의장의 '여의도 날씨' 언급에 "하하"라며 짧게 웃기만 했다.
김 의장은 또 "오늘 예산안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회에) 나가서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할 국정과제도 중요하겠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와 야가 이견 없이 서로 약속한 경제회복이나 민생경제에 도움 되는 것들도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여당과 야당의 협력이 절실한 때"라며 "아시는 것처럼 우리 경제가 고금리에 고물가에 고환율에 있다 보니 수출이 줄어들고 경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발언을 경청하던 윤 대통령은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잠시 숙이고는 발언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후 환담은 취재진에게 비공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