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돈 걱정없이 공부하게 해준 韓정부에 감사"

'한국문학 번역가' 꿈꾸는 센추고바 다리야

"번역 아카데미 지원받은 건 큰 복

어려운 단어·문장들 의역하려면

문화와 사람에 대한 이해는 필수

번역 후 한국어의 멋 줄어 아쉬워"









“러시아 한국문화센터에서 취미로 한국어를 4년 동안 배웠지만 배울 곳이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전화번호에 ‘이모’라고 저장된 제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미원 전 한인회장님을 비롯해 이제 ‘베프’가 된 정윤슬 등 좋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어가 정말 많이 늘었고 번역가로서의 꿈도 꿀 수 있게 됐죠. 특히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서 한국어·러시아어 번역 공부를 돈 걱정 없이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준 한국 정부에 정말 감사합니다.”

25일 러시아 총영사관 직원에서 이제는 한국문학 번역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센추고바 다리야(사진)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관련한 모든 것에서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 같아요. 저는 한국과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을까요”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고국인 러시아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러시아 총영사관에 입사했다. 당시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거의 없어서 그는 한국인 비자 관련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문학소녀’의 감성이 넘치는 그가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어가 신기하고 새로운 언어라 호기심이 갔지만 너무 어려워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에게는 운명처럼 다시 한국어와 문학에 평생을 바치기로 한 계기가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그때 ‘인생이 너무 짧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구나. 원하는 것을 해보자’라고 결심하면서 한국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게 됐다”고 떠올렸다. 한국에 평생 살면서 한국어 원어민이 돼 미묘한 어감, 뉘앙스 등도 러시아어로 완벽하게 번역하는 게 꿈이라는 그는 러시아에 반드시 소개하고 싶은 작가로 ‘장르 문학의 거장’ 정유정 씨와 공상과학(SF) 소설로 주목받고 있는 김초엽 씨를 꼽았다. 그는 “정 작가는 예전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너무 멋진 분이었고 롤 모델 같은 작가”라며 “‘종의 기원’ ‘진이, 지니’ 등은 너무나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F 소설은 러시아에도 있지만 김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리러하의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되지 않는다’ 등은 독특한 작품 세계가 눈길을 끈다”며 “‘지구 끝의 온실’은 제가 꼭 번역하고 싶었는데 최근에 번역이 돼 너무 아쉬웠다”고 전했다.



그는 번역에 대해 ‘수수께끼’ 같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번역가는 ‘제2의 작가’라고 했다. 러시아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단어와 문장을 직역할 수 없을 때 의역이 필요해서다. 한국어의 특징이자 매력은 ‘유니크함’인데 이것이 번역을 할 때는 정말 까다롭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교수님들도 문학 번역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씀하신다”며 “최대한 한국 작품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러시아어로 직역도 의역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평생 살면서 문화와 한국 사람에 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면 더 좋은 번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러시아어로 옮길 경우 한국어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그 맛과 멋을 살릴 수 없을 때는 너무나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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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남아시아나 북미·유럽만큼은 아니지만 러시아에도 한국문학을 비롯해 번역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K팝·K드라마는 정말 인기가 많다고 했다. 다만 K팝 공연은 보통 러시아인이 감당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한다. 그는 “10년 전에는 솔직히 한국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인지도가 높아져 번역·통역 등 수요가 늘고 있다”며 “다만 보통 K팝 공연은 모스크바에서 열리는데 거기까지 가는 데만 6~7일이 걸리고 기차표 가격도 2만 5000루블(약 57만 원)인데 러시아인들의 평균 월급이 5만 루블(약 115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공연을 보는 건 너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고마운 듯 계속해서 “한국에서 저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라며 한국살이도 즐겁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원룸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는데 저는 정말 쉽게 구했고 주인집도 너무 친절하다”며 “무엇보다 한국은 살기 편하고 안전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이 너무 좋고 24시간 편의점을 너무 사랑한다”며 “러시아 지하철에는 화장실이 없는데 한국에는 다 있고 게다가 아주 깨끗하다”고 감탄을 쏟아냈다.

글·사진=연승 기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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