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주택 청년과 서민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공공분양 주택 50만 가구를 공급한다. 이전 문재인 정부 때보다 세 배가량 늘어난 물량으로 이 가운데 34만 가구를 청년층에 공급하며, 특히 ‘미혼’ 청년들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특별공급을 신설했다. 분양가가 시세의 70% 수준으로 저렴한데다 최저 연 1.9% 저리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는 전용 모기지를 지원해 초기 부담을 대폭 낮춘다.
국토교통부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7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청년·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로드맵인 8·16 대책의 후속이자 대선 공약인 ‘청년원가주택’이나 ‘역세권 첫집’ 등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 6만·수도권 36만…주거 수요 높은 도심에=국토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공공분양 주택 50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한다. 이는 지난 정부 5년간(2018~2022년) 공급된 물량인 14만 7000가구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것이다. 50만 가구 가운데 34만 가구는 청년층에, 16만 가구는 무주택 중장년층에 공급된다. 특공 물량은 △미혼 청년 5만 2500가구 △신혼부부 15만 5000가구 △생애최초(중장년층 포함) 11만 2500가구 등으로 배정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 총 6만 가구가 공급된다. 이는 직전 정부의 5600가구 대비 10배 넘게 증가한 물량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에는 각각 36만 가구, 14만 가구를 짓기로 했으며 지하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주거 수요가 높은 역세권 인근을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국토부의 목표다. 우선 국토부는 내년부터 수도권 5만 2000가구 등 총 7만 600가구를 인허가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5만 4000가구는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을 통합한 유형으로 제공된다.
◇초기 부담 적은 나눔형 등 공공분양 세분화=정부는 공공분양 주택의 유형을 세분화해 소득과 자산 여건, 생애 주기 등에 따라 내 집 마련 방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설된 공공분양 주택 공급 방식은 △나눔형(20만 가구) △선택형(10만 가구) △일반형(15만 가구) 등 세 가지다. 또한 공공분양 주택의 수분양자는 DSR 규제에서 배제된다.
시세의 70% 이하 수준으로 분양가가 정해지는 ‘나눔형’은 5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며 공공에 환매할 때 수분양자에게는 시세 차익의 70%까지만 보장한다.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5억 원 한도로 지원되며 40년 만기, 연 1.9~3.0%의 고정금리 모기지를 대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근 시세가 5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나눔형 공공분양 주택의 분양가는 3억 5000만 원에 책정되며 최대 2억 8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즉 수분양자는 7000만 원만 있으면 내 집 마련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선택형’은 6년 임대 거주 후에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분양 가격은 입주 시 추정 분양가와 분양 시 감정가의 평균 금액으로 정해진다. 입주자는 6년 임대 거주한 뒤 분양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4년을 추가로 임대로 거주할 수 있다. 선택형 입주자에 대해서는 연 1.70~2.60%의 고정금리로 보증금의 80%까지 지원하는 전용 전세대출도 별도로 제공한다. 분양 선택 시점에는 나눔형과 동일한 40년 만기의 고정 저리 모기지를 지원한다. 일반형은 시세 80% 수준의 분양가로 공급되며 기존의 디딤돌 대출이 지원된다.
◇수방사·성동구치소 등 서울 도심 물량 사전청약=국토부는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총 1만 555가구의 공공분양 주택을 사전청약으로 공급한다. △나눔형 6007가구 △선택형 1800가구 △일반형 2748가구 등이다. 올 하반기에는 총 3125가구가 사전청약으로 공급된다. 고덕강일3단지(500가구), 고양창릉(1322가구), 양정역세권(549가구)에서 나눔형 공공분양 주택을 처음 선보인다. 내년에는 동작구 수방사와 송파구 성동구치소, 서울대방 공공주택지구, 위례A1-14블록 등 서울 도심 물량이 대거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주거 선택권과 전용 모기지 상품 등 새로운 시도가 나왔다”며 “특히 40년 만기 저리 고정금리와 임대 후 분양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목돈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층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