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 K게임, 기본기를 잊지 말자

정다은 IT부 기자


지난해 11월 위메이드 3분기 실적 발표회. 짧으면 30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나기 마련인 콘퍼런스콜이 이례적으로 90분 이상 진행됐다. 신작 ‘미르4 글로벌’ 성공으로 회사 주가가 6배 이상 급등하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중소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들까지 질문 공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회사는 올해 2월에는 아예 여의도 행사장을 빌려 2시간가량의 콘퍼런스콜을 진행하며 화제를 사기도 했다.

반면 26일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는 초라했다. 네 명 남짓의 애널리스트들이 질문을 던지는 데 그쳤고, 50분도 채 되지 않아 콘퍼런스콜은 끝났다.



위메이드의 사례는 업계를 보는 투자자들의 눈길이 얼마나 싸늘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년 전만 해도 게임사들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으로 뭇 투자자들의 열광을 샀다. 엔씨소프트(NC)가 자사 게임에 대체불가토큰(NFT)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상한가를 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게임사가 NFT·메타버스를 거론하면 의심 어린 눈총부터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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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거시경제 침체 때문에 ‘성장주’인 게임사들은 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1년 전에도 사실상 업계는 ‘겨울’ 한복판에 있었다는 점이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신작이 없어 실적 부진을 겪는 회사도 상당수였다. 결국 이 같은 위기를 당장이나마 모면하기 위해 당시 ‘유동성 파티’에 힘입은 ‘블록체인’ 열풍에 너나 할 것 없이 편승했다는 걸 부정하기는 힘들다. 엔씨가 상한가를 쳤을 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블록체인 ‘밈’으로 띄워놓았던 주가는 현재 참담한 수준이다. 엔씨·넷마블·위메이드·컴투스 등 대부분 게임사들의 주가는 고점 대비 반 토막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넥슨·네오위즈 등 그동안 착실히 신작 개발에 전념해 왔던 회사들만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정도를 걷는 게 답이다. 잘 만든 신작을 통해 실력을 증명해야 할 때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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