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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본상 ‘논스페이스’

낡은 낚시터가 문화·소통의 공간으로

가로·세로로 벽 교차해 논 형상화

볏짚 활용 노출콘크리트 기법 사용

경기도 이천 호법면 ‘논스페이스’ 전경. 논농사에 필요한 저수지로 활용되다 낚시터로 바뀐 땅에 바둑판 논과 같은 모양으로 벽을 세워 논의 형상을 복원했다. 사진=윤준환 작가경기도 이천 호법면 ‘논스페이스’ 전경. 논농사에 필요한 저수지로 활용되다 낚시터로 바뀐 땅에 바둑판 논과 같은 모양으로 벽을 세워 논의 형상을 복원했다. 사진=윤준환 작가




경기도 이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모내기를 시작해 쌀을 수확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물이 풍부해 화훼생산이 높은 지역으로 많은 농가들이 꽃을 재배하고 전국으로 출하한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논농사와 화훼농사의 유명세가 무색하게 더 이상 젊은 인구 유입이 없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건축주는 이천 땅이 지니고 있는 기억에 주목해 문화시설을 세우고자 했다. 대상지는 과거 논농사에 필요한 저수지로 활용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낚시터로 사용된 땅이었다. 설계자는 건축주의 의도에 따라 낚시터에 논의 형상을 복원하기로 한다.



그렇게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에 지어진 ‘논스페이스’는 우물 ‘정’(井) 자를 여러 개 겹쳐 놓은 바둑판 논과 같은 모양을 띠고 있다. 낚시터로 사용돼 온 부지에 논길의 수로처럼 가로로 벽을 세웠고, 남쪽의 낮은 산과 작은 하천의 교차점을 이어 세로로도 벽을 만들었다. 콘크리트 벽들이 교차하면서 만들어진 공간에는 나무와 돌, 물과 배치하고 자연을 볼 수 있는 천장과 창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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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호법면 ‘논스페이스’의 ‘교차공간’. 콘크리트 벽들이 가로, 세로로 교차하며 쌓아올려 다양한 공간들을 창출했다. 사진=윤준환 작가경기도 이천 호법면 ‘논스페이스’의 ‘교차공간’. 콘크리트 벽들이 가로, 세로로 교차하며 쌓아올려 다양한 공간들을 창출했다. 사진=윤준환 작가


이에 더해 벽은 볏짚을 활용한 노출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했다. 볏단에 슬라브에 깔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으로 콘크리트에 붙어 있는 볏짚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 공간의 분위기도 바꿔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붕에는 높이와 형태가 다른 콘크리트 벽을 사용해 공간으로 추가로 생산했다.

설계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을 물리적 공간(NON-SPACE)이 아닌 실험적 추상적 공간(NONSPACE)으로 정의했다. 그림·조각·도자기 전시, 패션쇼, 북콘서트, 명상, 플라워숍, 어린이 미술교실,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용도로 공간을 활용하기를 원해서다. 나아가 각각의 공간에서 다른 문화들이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길 원했다.

박춘하 심사위원은 “자연을 해석하고 그 위에 인위적인 작업을 부가해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세우고 그 결과 문화로 인정받고 그 지역과 사람들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건축사의 의지와 노력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며 “전시와 만남, 사람들이 건축물을 풍성하게 채워 문화가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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